불펜 피칭 보며 “와!”… 실전 피칭은 “어?”
선수 시절 ‘대마신’으로 불리며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사사키 가즈히로(왼쪽)가 LG 투수 인스트럭터로 일본 오키나와 현 이시카와 캠프에서 이동현의 불펜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LG트윈스 제공
사사키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LG 투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투수력 강화에 사활을 건 LG가 그를 인스트럭터로 특별 초빙했다. LG 투수들을 조련하고 있는 사사키 코치를 지난달 이시카와 캠프에서 만났다.
○ 사사키와 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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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코치는 “선 짱은 얼굴에 좋은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호빵맨’을 닮지 않았나. 사석에선 친했지만 경기장에서는 지고 싶지 않은 라이벌이었다. 선 짱을 이기기 위해 더 노력했다”고 했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선 전 감독 역시 사사키 코치와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선수 시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자주 가던 술집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집에 갈 때마다 사사키가 한쪽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있더라. 둘 다 술 좋아하면서 야구 참 잘했다. 한 번은 단둘이 대작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 사사키와 박찬호, 임창용
사사키 코치는 메이저리그 시절 박찬호(오릭스)와도 좋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박찬호의 장인과도 잘 안다. 가끔 식사도 함께한다. 박찬호가 일본에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김병현(라쿠텐)도 마찬가지다. 둘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만큼 일본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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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사사키 코치는 야쿠르트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은 임창용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투수라면 누구나 자신 있는 승부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임창용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공을 모두 자신 있게 던진다. 맞더라도 내 공을 던진다는 자신감이 돋보인다”고 했다.
○ 사사키와 LG 투수
사사키 코치는 2월 6일 LG 캠프에 합류한 뒤 두 번 크게 놀랐다. 첫 번째는 이렇게 좋은 투수가 많은 팀이 지난해 팀 평균자책이 5점을 넘었다는 데서, 두 번째는 불펜에서와 달리 실전 투구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서 놀랐다고 했다.
그는 고졸 신인 임찬규 신정락 박현준 등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기술적으로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자질을 갖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LG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 능력에는 낮은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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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말미는 다시 술 얘기였다. 사사키 코치는 “야구를 하는 시간은 짧고 안 하는 시간은 길다. 그 시간을 즐겨야 하지 않겠나. 술을 마시면 그걸 만회하기 위해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 최고의 성과를 낸 뒤 마시는 술은 더 맛있다”고 했다. 그는 천생 애주가 야구인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