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브루넬로’라고 줄여 부르는 이 와인은 베네토의 아마로네, 피에몬테의 바롤로와 함께 이탈리아의 3대 명품 레드로 꼽힌다.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몬탈치노는 이 와인을 잉태한 마을을 가리킨다. 긴 와인 이름에 대해 설명을 부가하자면 브루넬로는 산조베세의 여러 변종 중 하나이지만, 산조베세보다 좀 더 우수한 면모를 갖추었다고 한다.
몬탈치노 마을에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말고도 100% 브루넬로만으로 만든 또 다른 와인인 로소 디 몬탈치노가 있다. 두 와인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숙성기간의 차이다. 로소 디 몬탈치노는 1년, 브루넬로는 최소 4년을 숙성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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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와인 자료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토스카나 지방에서 가장 완숙한 산조베세로 만든 와인으로, 여타 산조베세 와인들보다 더욱 풍만하고 농밀하다’고 소개한다. 이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싶다면 산조베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즈 클라크 역시 포도 품종에 관해 기술한 자신의 저서에서 아예 브루넬로를 ‘몬탈치노 마을의 산조베세’라 짧게 적고는 곧바로 산조베세 관련 페이지를 펼쳐 보라고 일러준다.
같은 산조베세라 해도 몬탈치노의 산조베세가 키안티의 산조베세를 제치고 더욱 귀하게 대접받는 비결은 바로 태양 덕이다. 토양, 바람, 주변 지형 등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키안티에서 남쪽으로 차로 1시간여 달려 도달하는 몬탈치노 마을의 태양은 이곳의 포도 수확기를 북쪽 마을보다 한 달이나 앞당길 정도로 강하다. 햇빛을 듬뿍 머금고 자란 산조베세는 대륙성 기후를 디는 북쪽의 산조베세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높아진 당도는 다량의 알코올을 생성시켜 브루넬로가 수십 년의 세월을 버틸 수 있는 몸체(보디)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긴 숙성기간은 이제 막 빚은 브루넬로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외관이 차분히 제 모습을 찾는 시간이나 다름없다. 여전히 산도가 날을 세우고 있다면 둥글게 가다듬어지고, 타닌의 젊은 혈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과 조화를 맞춰가듯 겸손해진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외유내강(外柔內剛).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찾게 되는 이유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솔데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세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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