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집에 비유… 한 편의 우아한 詩”
한국의 어린이 책이 라가치상 대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음의 집’ 이전까지 한국 작품은 다섯 차례 라가치상을 수상했지만 모두 우수상이었다. 1966년 제정된 라가치상은 아동 출판물에 주는 상 가운데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상으로서 ‘아동 출판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책 내용뿐 아니라 디자인, 편집, 장정의 수준까지 심사 대상으로 삼아 작가는 물론이고 출판사의 역량까지 평가한다.
‘마음의 집’은 한국의 글 작가 김희경 씨와 폴란드 그림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씨가 공동작업으로 펴낸 책이다. 두 작가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내용과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미를 살린 그림으로 ‘마음’을 ‘집’에 비유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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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치상 심사위원단은 심사평에서 “이 책은 한 편의 우아한 시다. 암시적인 구조물들은 이미지와 함께 철학적 대화를 이끌어낸다”라고 평가했다. 또 심사위원단은 “표현, 꿈, 기억, 인용 등 모든 면에서 상당히 독창적인 이 책은 ‘세상에 대한 시각’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시각은 그림에 묘사된 내부처럼 강렬하고 심오하며 그만큼 오래 생각하고 몰입할 시간을 갖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김 씨는 미술관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기획자로 일하면서 어린이 책을 쓰고 있다. ‘마음의 집’은 두 번째 작품이다. 미술을 전공한 흐미엘레프스카 씨는 대학에서 그림책 강의를 하면서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창비 제공
한편 시공주니어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우수상에 뽑혔다. 시상식은 3월 28일 도서전 개막에 맞춰 현지에서 열린다. 올해 라가치상에는 세계 45개국 200여 개 출판사가 1000여 종의 작품을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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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씨 인터뷰▼
“어마어마한 상이라 실감 안 나… 볼로냐 가보기 전엔 못믿겠어요”
어린이 책 ‘마음의 집’으로 라가치상 대상을 받게 된 김희경 작가(34·사진)는 23일 “볼로냐에 가서 실제로 상을 받아야 느낌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김 씨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어린이 대상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리랜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 책 작가로서 이번 책은 2009년 ‘지도는 언제나 말을 해’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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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그림 작가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씨를 2007년 볼로냐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김 씨가 ‘마음의 집’ 원고를 지인의 통역을 통해 들려주자 흐미엘레프스카 씨는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겠다고 약속했다.
김 씨는 다음 작품으로 시각장애가 있는 어린이도 읽을 수 있도록 점자를 곁들인 책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어려운 소재더라도 아이들에게 꼭 들려줄 만한 얘기라면 피하지 않고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라가치상 ::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 도서전에서 2년 이내 출간된 전 세계 어린이 책 가운데 창의성, 교육적 가치, 예술적 디자인을 평가해 주는상. 픽션, 논픽션, 뉴 호라이즌, 오페라 프리마 등 4개 부문에서 각각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한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책과 작가는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때문에 어린이 책을 만드는 전 세계 출판인이 탐내는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