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판매량 PC 첫 추월… 인텔 주도 반도체시장 지각변동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주축으로 한 ‘모바일 반도체’ 시장에서 예전과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의욕적으로 내놓은 차세대 PC용 프로세서인 ‘샌디브리지’에 결함이 생겨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본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인텔은 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인텔의 프로세서에 윈도 운영체제(OS)만 돌아가도록 설계하는 식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여 온 것.
하지만 인텔과 MS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MS는 윈도로 전 세계 PC OS의 90% 이상을 차지했으나 스마트폰 OS(윈도폰7)에선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밀려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 인텔도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 AP(PC의 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영국의 ARM에 뒤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등 후발업체들이 PC와는 달리 아직 ‘무주공산’인 모바일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수십 년간 인텔이 주도한 반도체 시장에 모바일이 이끄는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의 매출비중을 지난해 25%에서 올해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하이닉스도 모바일 D램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70% 이상 늘릴 계획이다. 특히 삼성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독자 모바일 AP인 ‘오리온’을 최근 개발하고 자사 반도체 제품 중 처음으로 ‘엑시노스(Exynos)’라는 전용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삼성이 여태껏 약체로 평가받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영상을 전자신호로 바꿔주는 휴대전화용 이미지센서를 집중 육성해 올 2분기 800만 화소, 3분기 1200만 화소 제품을 연달아 생산할 계획이다. 테크노시스템스리서치에 따르면 800만 화소 이상의 모바일 이미지센서 시장규모가 올해 6000만 대에서 2014년 2억2000만 대로 연평균 54%씩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에선 인텔도 서버와 PC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ARM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