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자가 국정원 직원들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원 원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 내에서조차 “원 원장이 이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을 바탕으로 오버한 것 아니냐”는 귀엣말이 돌고 있다.
꼭 2년 전인 2009년 2월 정보기관의 최고 수장에 오른 원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최측근으로 보좌하며 얻은 절대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국정원장으로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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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원따로’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원 원장의 국정원 운영 방식을 놓고는 평판이 엇갈린다. 원칙주의자로 사심 없이 이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져 일을 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돌쇠형 충성심’과 성과주의로 똘똘 뭉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에도 이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전후해 MB가 관심 많은 T-50 훈련기 인도네시아 수출 등에서 ‘한 건’을 올리려는 의욕이 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관가 일각에선 T-50 훈련기 수출은 지식경제부 소관이라는 점에서 원 원장이 아닌 ‘제3의 손’이 움직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긴 하다.
국정원이 국익 차원에서 일을 하다 ‘실수’로 접시를 깬 것이므로 파장을 최소화하는 게 상책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숙소에 침입했다는 국정원 직원 3명이나 3차장 선에서 책임을 묻고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 선에서 이번 사건이 봉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훨씬 더 많다.
이번 사건이 어떤 경로로 언론에 흘러나왔는지도 민감한 대목이다. 원 원장-목영만 기조실장 단선체제하에서의 국정원 내부 알력, 혹은 정부 핵심 실세들 간의 모종의 권력투쟁 와중에 사건이 불거진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원 원장 체제하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2년을 ‘차렷 자세’로 보냈고 피로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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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다른 인사는 “정권 후반기 레임덕이 가시화할수록 대통령은 국정 장악력을 더 세게 유지하려 한다. 국정원장이 대신 총대를 멜 경우 갖가지 부담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