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성장은 상처받는 과정이죠”
윤성현 감독은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 영화 ‘파수꾼’을 통해 “한국 사회의 죽음 불감증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월 3일 개봉하는 영화 ‘파수꾼’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29)은 지난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신예다. 하지만 한 고교생의 자살을 다룬 이 영화는 신예답지 않은 문제의식과 꼼꼼한 연출 솜씨가 돋보인다. 5000만 원을 들여 제작한 이 영화는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았고 2011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윤 감독은 죽음을 다루는 기존 영화의 방식을 탈피했다. 영화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간다.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추적하던 아버지(조성하)는 기태의 절친한 두 친구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을 만나면서 기태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학교에서 ‘짱’인 기태는 우연한 계기로 동윤에게 폭력을 가한다. 기태는 찾아가 사과하지만 동윤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폭력사건을 계기로 기태는 희준과도 갈등을 벌이고 급기야 외톨이가 된다. 자기에게는 전부였던 두 친구를 잃은 기태는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다.
“한국 사회에서 성장은 곧 상처를 받는 과정인 것 같아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 시선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순간 사람들은 상처를 받아요. 그런 상처가 폭력적인 의사소통으로 나타납니다. 영화 속 기태처럼 말이죠.”
윤 감독은 앞으로 ‘파수꾼’보다 유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적으로 재미있는 영화, 그러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다루는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파수꾼’의 묵직한 울림을 되새기면 그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