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하메네이 타도” 바레인 “차별 철폐” 예멘“33년 독재 끝내자”18일 혁명 32주년 앞두고 긴장 고조
이란 테헤란에서 14일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친서방 국가인 튀니지와 친미국가인 이집트의 정권 붕괴에 박수를 보내던 이란 정권을 크게 당혹시켰다. 이란에서는 2009년 6월 대선 직후 촉발된 부정선거 항의시위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그해 12월에도 또다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정규군까지 동원돼 가까스로 진압했다.
이란 당국에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주화 성공을 등에 업고 또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반정부 시위는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함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타도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자신과 마찰을 빚어온 전 총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총리직을 없애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시위가 벌어지자마자 원천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강력히 대응했다. 14일 수만 명의 경찰과 민병대가 시위 예상지와 골목을 가로막고 시위대가 나타나는 대로 연행하거나 거리 진출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2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시위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진 야당 지도자 무사비와 메흐디 카루비는 가택연금당했고 휴대전화와 집전화도 차단당했다. 외신 기자들의 시위 현장 접근도 차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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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집트 사태 초기의 주저하던 자세와는 달리 즉각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은 이란인들의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 확인서(testament)이자 이란 정권의 위선에 대한 기소장”이라며 “이란 국민의 보편적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앞서 13일 페르시아어 트위터를 개설했다.
▼ 알제리-요르단-수단도 ‘反정부 시위 도미노’ ▼
“아랍에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신임 참모총장 취임식에서 최근 아랍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도미노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아랍권 민주화 혁명의 불길이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예멘 바레인 알제리 등으로 거침없이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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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의 이번 시위는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고질적인 차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바레인은 인구의 70%가 시아파지만 정작 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수니파다. 전문가들은 바레인의 시위가 확산되면 이웃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차별을 겪는 시아파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15일 시위대 3000여 명이 사나대 캠퍼스에서 시내 중심부인 타흐리르 광장까지 행진하며 33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공교롭게 광장 명칭이 민주화의 성지로 부상한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 광장과 똑같다. 이곳에서 시위대는 수천 명의 전투경찰 및 2000여 명의 친정부 시위대와 충돌해 몸싸움을 벌인 뒤 정오경 해산했다. 사나에서는 벌써 닷새째 같은 방식으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14일과 15일 이틀간 예멘의 옛 수도이자 제2의 도시인 타이즈에서도 5000명의 시민이 뛰쳐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예멘 아덴 항을 관리하는 국영기업 노동자들도 반정부 시위에 파업으로 동참했다.
미국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레인에는 미 해군 제5함대의 기지가 있으며 예멘 정부도 최근 이 지역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알카에다 소탕 작전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한편 19년간 시위가 금지돼 온 알제리에서도 12일 수천 명이 수도 알제에서 시위를 벌인 데 이어 18일 대규모 행진이 예고돼 있다. 요르단과 수단에서도 이미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거나 벌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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