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천 3m 거리에 소 60마리 묻어… 침출수 새면 한강 직행
저 냇물이 한강 상수원으로 구제역으로 도살된 가축이 매몰된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상수원보호구역내의 한 매몰지. 매몰지에 묻힌 가스를 배출하는 관이 바로 뽑힐 정도로 부실하게 묻혀 있다. 남양주=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상수원보호구역인데도 대충 묻어”
12일 오후 1시 취재진이 찾은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닥박골 마을. 이 마을 한가운데는 북한강 상류로부터 내려온 묵현천이 흐르고 있었다. 묵현천은 수도권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의 원천인 한강 본류에 합류하기 때문에 하천과 그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를 반영하듯 묵현천 인근에는 자연생태공원, 물 복원 기념관, 친환경 하수 정화 시설 등이 설치돼 있다.
주민 이기호 씨(65)는 “누가 볼까 무서웠는지 공무원들이 밤새 묻고 가버렸다. 냇가 옆에 묻고 간다는 게 말이 되나”며 “침출수가 새어 나와 한강까지 그대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매몰 이후에는 소독차가 2번 왔을 뿐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한강 상류 지역의 매몰지도 마찬가지.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16번지 인근 냇가에도 매몰지가 있었다. 매물지 바로 옆에는 구제역에 걸려 죽은 소의 배설물, 진흙, 털, 사료, 지푸라기 등이 널려 있었다. 매몰지 소독을 위한 석회도 뿌려지지 않은 채 석회 자루만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 허술한 축사 관리가 2차 오염 가중
지하수원인 냇가에도 매몰 채비 구제역 감염 가축을 묻기 위해 파헤쳐진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의 매몰 예정지. 바로 옆에 지하수원인 냇가가 있지만 이곳에는 덮개 비닐은 물론 석회 처리도 되어 있지 않다. 남양주=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식수원 오염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보호구역 내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가 지천을 통해 한강 본류에 합류할 경우 살모넬라균, 캄필로박터균 등 장티푸스, 패혈증을 일으키는 균이나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해화학물질 등으로 상수원이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수돗물의 위생을 관리하는 ‘수도법’에 따라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구역 지정, 관리 등은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시군마다 달리 운영되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보호구역 안에 축사가 운영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상수원보호구역에서는 가축을 키우는 것이 금지돼 있다”며 “하지만 지자체에서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이를 철저히 지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내수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는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침출 오염이 생길 경우 다른 지역보다 위험성이 몇 배는 심각해진다”며 “보호구역 내 축사 등에 대한 관리 등도 구제역 대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