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형 서강대 경영대학장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 기업을 배출할 정도로 일류 반열에 오른 산업계와는 달리 대학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하드웨어가 초라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다. 대학이 내부지향적이고 정치적이며 이기적인 구성원들에게 휘둘리기 때문이다. 세계를 향해 웅지(雄志)를 갖고 뻗어나가기보다는 국내에서의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이 이처럼 적절한 곳이 없다. 삼성이나 현대가 내수시장에만 안주했더라면 그들의 현재는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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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의 원천 중 하나가 세계화이다. 이는 하나의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세계 모든 대학에서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인(動因)이다. 한국 교수가 한국 학생들을 놓고 영어로 강의를 한다고 국제화가 아니다. 외국의 능력 있는 학자들이 우리 대학에 와서 가르치고 싶은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고, 외국의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와 배울 것이 있어야 한다. 외국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 그리고 우리의 독특한 배울 점이 교육과정에 녹아들어 우리 대학의 교육이 세계 표준에 걸맞으면서도 한국의 독특성을 세계에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하여 우리 학생들도 국제적 감각과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당당한 세계인으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국제화를 위한 충분조건은 대학 구성원의 의식 변화이다. ‘나’가 아닌 ‘우리’를 위한, 내부지향적이 아닌 외부와 경쟁하는, 한정된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다툼보다는 파이를 크게 키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우리 대학의 훌륭한 구성원들 마음속에 자리 잡아야 한다.
민재형 서강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