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받는 집주인, 은행의 ‘귀한 몸’ 됐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나타나는 ‘전세 품귀와 월세 확산’에 따라 사회 여러 부문에서 ‘도미노식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K 씨처럼 월세 지출로 주거비가 사교육비를 넘어 가계지출의 최대 항목이 바뀌고 월세시장 확대를 겨냥한 금융계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한편 주택 매매가 실종되면서 세수가 줄어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에 주름살이 커지고 있다.
○ 가계 지출의 일대 변동 오나
월세 생활을 시작하는 세입자들은 갑자기 주거비가 교육비를 초과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통계청의 2009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 소득에서 주거와 관련된 비용 지출은 6.1%인 데 반해 교육비 지출은 7.9%였다. 전국을 대상으로 2003년 시작된 가계동향조사에서 주거비가 교육비 지출을 넘어선 적은 없었다. 그러나 월세가 확산되면 주거비가 교육비를 넘어서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통계청 분류상 월세는 주거비에 포함되지만 전세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공급면적 158m² 아파트를 월세로 임대해 매달 150만 원을 받던 회사원 K 씨(47)는 지난해 초 급여통장을 개설한 은행 지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해당 직원은 “보통예금통장에 그냥 돈을 쌓아놓으면 손해”라며 “상담해드릴 테니 지점을 한번 방문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K 씨는 지점 VIP룸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은 뒤 10년 만기 연금신탁상품에 가입했다.
금융권에서는 전세나 월세를 놓은 집주인들을 겨냥해 자금 유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세금 상승분이나 월세 수입을 예금이나 펀드상품으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다. 이영우 대우증권 프라이빗뱅커(PB)는 “집주인들은 예금 이자율이 계속 낮은 상태에 머물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라며 “이들은 새 자금을 적립식 펀드와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투자업계는 반색, 지자체는 울상
이 중 경기 수원시에 299채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을 계획인 한국자산리츠 관계자는 “완공한 뒤 전체의 70% 정도만 분양돼도 나머지를 직접 임대하면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연평균 20% 정도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낙관했다. 특히 정부가 2·11 전월세 보완대책을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리츠의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배당소득세에 과세특례를 적용하고 취득세 감면폭도 30%에서 최대 50%로 늘려주기로 하면서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주택 임대차시장 분위기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자체 관할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할 때 들어오는 취득세 수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6년 이후 취득세 징수액은 매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전국 232개 시군구 가운데 2010년 현재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 52.2%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208개나 되는 상황에서 취득세 감소는 심각하다. 한상우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많은 지자체들이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올해 예산을 동결하고 있다”며 “중앙정부도 형편이 어려워 지자체들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