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포기보다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죠”
서울 여의도고 1학년 이경호 군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경기를 보면서 느낀 끈기와 근성을 공부에 접목시켜 고1 1학기 중간고사에 44점이던 수학점수를 89점으로 끌어올렸다.
중학교 때까지 이 군에게 공부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공부는 시험 3∼4주를 앞두고 ‘벼락치기’를 하는 게 전부였다. 중학교 성적은 전교 450여 명 중 70등 안팎.
고등학교에 올라오자 성적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성적은 대학입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 결심을 하니 ‘발동’이 걸렸다. 수업시간에는 맨 앞줄에 앉았다. 최대한 교탁 가까이에 앉아 집중했다.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은 빨간색 펜으로 바꿔 꼼꼼히 필기했다. 학교가 끝나면 국어·수학·영어·사회과목을 골고루 분배해 4∼5시간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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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이하의 수학점수에 좌절감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런 이 군의 마음에 불이 지핀 건 교육방송(EBS) ‘공부의 왕도’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막힌 답, 중학교 수학으로 뚫다’ 편에 나온 주인공은 고3 6월 모의고사 이후 수학성적이 정체되어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수학공부가 안 될 때는 중학교 과정으로 돌아가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중학교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수학의 기본원리를 쉽게 이해하게 된 성공담이었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결국 목표를 이뤄낸 주인공의 모습이 ‘리버풀 정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수학점수가 안 나왔다고 포기하지 말고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노라고 다짐했어요.”(이 군)
이 군은 먼저 수학점수가 저조한 까닭을 스스로 분석해봤다. 실패의 원인은 어떤 유형의 문제가 시험에서 나올지를 전혀 예측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학시험을 치렀다는 사실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평소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이 군은 수학 문제집을 3권 이상 푸는 한편 혼자서 수학 공부하는 시간을 하루 평균 1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렸다.
특히 학교 쉬는 시간 10분을 적극 활용했다. 하루에 쉬는 시간은 보통 총 6회. 이 시간만 모아도 하루 1시간은 더 수학문제를 풀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혼자 공부를 할 땐 ‘20분 동안 15문제 풀기’처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웠다. 60분 안에 서술형 문제 7개를 포함해 모두 23개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교시험에서는 시간부족을 해결하는 일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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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군의 끈기와 근성은 빛을 발했다. 1학기 기말고사에서 수학점수를 88점으로 끌어올리더니, 2학기 중간·기말점수에서 89점을 받았다. 국어·수학·영어·사회과목 평균 90점을 기록하며 전교 11등에 올랐다. 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오르는 순간이었다.
한 학기 만에 이 군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수학문제를 친구들에게 물어보던 입장에서 어느덧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수확. 리버풀 팀처럼 어떤 어려움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후반전’에는 승리하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배추 값 파동’ ‘휘발유 값 상승’ 같은 경제관련 기사를 관심 있게 보다보니 서울대 경제학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체계적으로 경제원리를 배워서 나만의 경제이론을 세워 노벨경제학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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