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영 산업부
현대그룹 측 변호사로는 대법관 출신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이 이름을 올렸다. 변호사들의 면면만 봐도 현대건설을 향한 현대그룹의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박빙의 점수 차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가 다시 박탈당한 현대그룹의 상실감을 생각하면 소송에 매달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소송이 계속되는 게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냉철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결과를 예단해선 안 되겠지만 이번 소송은 실익이 없어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한 주된 이유는 1조2000억 원이란 자금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자금에 대한 의문이 해소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명쾌하게 밝힐 수 있는 돈이라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하기 전에 밝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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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서로 간의 반목과 갈등은 접고 상호협력과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 순리라는 게 재계의 여론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역할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승자로서 아량을 베풀어 현대그룹과 협력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그룹 역시 소모적 투쟁보다는 그룹의 내실을 다지고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에 힘쓰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3월 22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집안끼리 싸우는 게 정 명예회장의 뜻은 아닐 것이다. 두 그룹의 상생을 위해, 그리고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의 발전과 한국 경제의 앞날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게 지금 범현대가 사람들이 할 일이다.
황진영 산업부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