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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전사유족 눈물의 설 참배

입력 | 2011-02-05 19:47:31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잊은 건가요?"

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사병 3묘역. 지난해 11월 북한 연평도 포격도발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씨(51·광주 남구 진월동)는 당국의 무성의한 처사에 성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들의 묘 앞은 땅이 패고 얼었던 눈이 녹으면서 주변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김 씨는 "정우가 전사한 이후 처음 맞는 설이라 생전에 좋아했던 쑥 인절미를 가져왔는데 놓을 곳조차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임시 배수로를 만든 뒤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다음 날인 3일 오전 서러운 참배를 겨우 마쳤다.

김 씨 등 유족은 묘역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현충원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원장 연결을 부탁했다. 하지만 직원은 "설 연휴라 연결하기 힘들며 전화번호도 가르쳐 줄 수 없다"며 냉정하게 거절했다.

김 씨는 앞서 일반 참배객을 위해 묘 앞에 작은 안내 팻말이라도 붙이기 위해 표지판 설치를 3차례나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묘 앞에서 만난 한 주부가 "전사한 서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추념하고 싶었는데 묘를 찾지 못했다"고 하소연하자 표지판 설치를 요청한 것. 김 씨는 "표지판 설치비는 자비로 마련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현충원 측은 여전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대단한 특별대우를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참배객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도록 작은 푯말 하나 설치해달라고 하는 것인데 이럴 수가 있느냐"며 "아들과 함께 전사한 전우들이 무관심에 방치되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며 울먹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