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에 의한, 할머니들을 위한, 할머니들의 공연이 온다. 18~20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오르는 안은미 무용단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작품의 시작은 '춤추는 할머니 1000' 프로젝트였다. 2010년 10월, 안무가 안은미 씨와 안은미 무용단 무용수 네 명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떠났다.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전국 방방곡곡을 돌고 돌아 3주 동안 할머니 수백 명을 만났고 '춤추는 할머니' 220명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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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연습실에서 만난 안 씨는 "할머니 한 분 한 분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할머니 그 자체가 (프로젝트의) 목적이었어요. 할머니들의 몸에 녹아 있는 그 독특한 리듬감, 동작, 그 모든 걸 담는 거죠. 그 안에 일생을 살아온 힘, 그 역사가 숨어 있거든요. 할머니들 패션도 정말 재미있어요. 눈썹 그려놓으신 걸 보면 그 선 안에 동양화가 숨어 있다니까요."
마을회관이며 노인정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 밭에서 김매던 할머니, 바닷가에서 미역 따는 할머니를 붙잡고 30분이 넘도록 설득하는 일도 예사였다. 하루에 서른 명 넘게 찍는 날이 있는가 하면 한 명밖에 못 찍는 날도 있었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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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기억은 더 많은 할머니를 만나도록 안 씨를 이끌었다. 그는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며 놀랐다고 말한다. "요즘 60대는 예전 30대 같고, 요즘 90대는 예전 60대 같다"고도 했다. 고령화 사회를 직접 체험한 셈이다.
"노인은 불쌍하다, 돌봐줘야 한다는 시각으로는 이제 안 된다는 거죠. 옆에서 조금만 잘한다 해드리면 '허리 아프다'고 하다가도 벌떡 일어나 춤추시는 분들이에요. 스스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재능을 펴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해요."
그 같은 발견은 할머니를 온전히 주체로 내세운 이번 공연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이자 "노인 분들이 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멀지 않은 이웃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저렇게 예쁜 모습으로, 저런 인생을 살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시작일 뿐이다. "지금까지 찍은 영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도 있고 전시회를 할 수도 있어요.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더 많은 할머니 동영상을 올리고, 그런 분들 중에 또 모아서 할머니 무용단을 만들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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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