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월정사 일반인 단기 출가학교 가보니“매일 17시간 고된 수행, 몸과 마음 시원해져”
오대산 월정사의 단기 출가학교 행자들이 삼보일배를 수행하고 있다. 2월 1일 졸업식을 갖는 이 학교는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 속에 자신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제공 월정사
28일 오전 오대산 월정사(月精寺)의 단기 출가학교에서 만난 여성 행자 원정(元淨·25)의 말이다. 여성으로는 이례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4일 삭발한 그는 1cm 조금 넘을까 말까 한 머리카락을 쑥스러운 듯 자꾸 만지작거렸다. 남성과 달리 여성의 삭발은 선택 사항이었다.
○ “나를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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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까지 결심한 것은 아니다. 그는 “불자 집안이라 출가를 반대하지 않지만 아직 세간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며 “나중에 집착이 사라지면 정말 출가할지도 모르지만…”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한 그의 꿈은 여승무원이다.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을 보면 행복은 혼자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느끼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기내에서 멋진 미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행복을 주고 싶어요.(웃음)”
새벽 참선 중인 단기 출가학교 행자들
행자들이 108배를 채운 뒤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 들어갔다. ‘이 뭐꼬’라는 화두에 집중하지만 방안의 온기와 수마(睡魔·잠)에 행자들의 머리가 아래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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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고 그래서 더 많이 배웠어요”
아침 공양이 조금 늦은 3명의 행자와 함께 식사를 했다. 법명과 함께 묵언(默言)이란 글자가 있는 명찰 때문인지 처음 입에 자물쇠를 채웠던 행자들이 차츰 말문을 열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바깥과 담 쌓는 것은 할 만해요. 하지만 아직 9시 뉴스 볼 시간에 자고 오전 3시에 일어나는 일정은 힘들어요.”(27세)
“상원사서 적멸보궁까지 삼보일배로 2시간 걸려 오른 것이 기억납니다. ‘석가모니불’을 외치며 올랐는데 몸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1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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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기를 맞은 이 출가학교에는 47명이 참여해 혹한 속에서 잠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하루 17시간이 넘는 일정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1년 4차례 모집하는 기수별 평균 경쟁률이 3 대 1에 가깝고 10 대 1까지 치솟을 때도 있다. 이 교육을 마친 뒤 기수생의 10% 정도는 정식으로 출가하고 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출가학교가 사회의 변화에 맞춰 불교를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행자들이 꼭 출가하지 않더라도 자기라는 작은 집을 벗어나 세상이라는 큰 집에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대산 월정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