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기존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 압박하고 무시하는 ‘채찍’과 함께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한 ‘당근’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본보 28일자 A1 식량 年50만t 대북 지원’ 美재개 검토…
A2 美, 2년 끊었던 ‘식량’ 미끼로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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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는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 내부에서는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국가이익은 물론이고 내년 대통령선거를 한 해 앞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이익에 맞는다는 생각도 점차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미국이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협상 트랙을 가동하는 것이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이라는 명분에 집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도 이런 미국의 고민을 간파하고 식량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 뉴욕 채널을 통해 인도주의 차원에서 식량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동아일보 기사를 확인하면서 “2008년 약속한 50만 t 가운데 받지 못한 33만여 t을 먼저 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 양국이 식량지원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이 논의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편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정부 내에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우리의 종주국이 아니다. 두 강국 사이의 힘의 조절 속에서 살아남는 길밖에 없다는 식의 나약한 현실주의의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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