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역 인기 치솟게 만드는 ‘특급 도우미’··· “앞으론 저도 어메이징한 여자 돼야죠”
하지원은 촬영장에서 틈이 나면 상대 배우와 ‘유치한 놀이’를 한다고 했다. 강동원과는 술래잡기, 조인성과는 007빵을 주로 즐겼다고. 현빈과는 무슨 놀이를 했냐고 묻자 “배드민턴 치고 싶었는데 짬이 안 나 못 했다”며 “다시 만나면 술래잡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그와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는 축구의 스트라이커처럼 어김없이 ‘대박 골’을 터뜨리며 ‘톱스타’로 발돋움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하지원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최고의 골 도우미인 셈이다, 데뷔 후 쉼 없이 활동하는 모습은 필드 위에서 줄기차게 뛰어다니는 박지성 선수와 닮은꼴이다.
“사실 박지성 선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 선수는 직접 골을 넣기도 하지만 성공적인 골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에게 공을 넘겨주기도 하죠. 저에게도 드라마 전체적인 것이 최우선입니다. 주인공을 맡기 시작하면서 나만 살아남겠다는 욕심보다 드라마 전체를 보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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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최종회 시청률은 35.2%(AGB닐슨미디어 기준)를 기록했고 현빈(김주원 역)은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시크릿…’에서 하지원은 월세 30만 원짜리 집에 사는 스턴트우먼 길라임 역을 맡았다.
재벌 3세 김주원과 사랑하게 되면서 주원의 어머니 문분홍 여사(박준금 분)의 독설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시크릿…’이 남녀 몸이 바뀌기도 하고 판타지 드라마라 밝고 재밌을 줄 알았는데 회가 지날수록 라임이가 가슴 아파하는 일이 많았죠. 제가 마음고생을 많이 해야 드라마가 잘되고 주원이도 멋있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난 계속 아픈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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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늘 나는 꿈, 바닷속 여행하는 꿈을 자주 꾸는데 드라마 찍는 동안에는 김주원, 오스카(윤상현) 꿈만 꿔서 힘들었다”는 그는 “라임이가 꿈꾸다 미간을 찡그리면 주원이가 손가락으로 눌러줬던 것처럼 내게도 그런 사람이 필요했지만 아무도 없더라”며 능청을 떨었다.
그렇다고 몸이 편했던 것도 아니다. 남자들에게 지고 못 사는 성격의 스턴트우먼인 만큼 와이어 검술 등 온갖 액션을 선보였다.
“그동안 제가 작품에서 보여드린 액션은 에어로빅 빼고 다 해 본 것 같아요. 와이어 검술은 ‘다모’, 복싱 줄넘기는 영화 ‘1번가의 기적’ 찍으며 익혔거든요. 그런 장면을 찍다 보면 예전 작품들 기억이 나면서 ‘길라임은 하지원 전용 스턴트우먼인가?’ 혼동이 생길 정도였어요.”
그만큼 길라임과 하지원의 공통점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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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 선생님이 저에 대해 많이 공부하신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빠져 있다고 했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드라마에서 길라임도 그 책을 읽죠. 심지어 아파트 2, 3층 높이의 백화점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지시문이 ‘독수리 한 마리가 낙하하듯’이었어요. 제가 독수리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1회에서 그는 자동차를 타고 달아나는 소매치기 일당을 자전거로 추격해 범인 4명과 맞붙었다.
초반부터 3일 연속 밤샘 촬영이 이어지는 바람에 영양제를 맞아가며 촬영했다고.
해병대에 합격한 현빈도 빡빡한 일정에 ‘링거 투혼’했다고 알려졌는데 여배우가 멀쩡한 것이 의아하던 참이었다.
“저는 이상하게 드라마에 피곤한 모습이 보이거나 아프다고 알려지는 게 자존심 상해요. 아파도 안 아파 보이고 싶은 게 있어요.”
이 지독한 배우는 “아픈 것도 참으면 조절이 된다”고 한 술 더 떴다.
“촬영 중에는 피부과도 못 가니 여드름이 나면 큰일나죠. 여드름 나지 말라고 주문을 외우는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정말 안 나요. 드라마 끝나자마자 오른쪽 이마에 ‘왕’ 여드름이 나더라고요.”
드라마도 끝났으니 이제 마음 놓고 아플 예정이란다. 한바탕 앓으며 길라임과 이별할 생각이라고.
라임을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했다.
“드라마 밖으로 나와서 라임을 보니 정말 멋진 여자인 것 같아요. 주원과 결혼을 했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끝까지 멋진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주원이 ‘내가 이러니 안 반해?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그러잖아요. 아이가 넷, 다섯이 돼도 알콩달콩하게 살면서 ‘어메이징한 여자’로 남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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