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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있는 모든 것은 건축이다

입력 | 2011-01-25 03:00:00

이헌정 씨 ‘건축의 모형’ 전
예술가 시각으로 본 건축… 갖은 재료 활용해 꾸며내




이헌정 씨의 ‘건축의 모형’전은 미술가의 시각에서 건축적 요소를 짚어보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 제공 일우스페이스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대한항공빌딩 1층)에서 열리는 이헌정 씨(44)의 ‘건축의 모형’전은 예술가의 시각에서 풀어낸 건축적 사고와 만나는 자리다. 모든 사물에서 건축적 요소를 발견하는 데 흥미를 느낀 작가는 현대 도시의 이미지를 다층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는 도자 비닐 콘크리트 과자 형광등 등 온갖 재료를 활용해 공간 빛 색 형태 물성 등 건축적 요소를 개성적으로 표현한 오브제와 설치작품으로 구성됐다. 그는 “작가가 생각하는 건축은 건축가가 생각하는 건축과 다르다. 나는 도예와 건축을 공부한 만큼 미술과 건축의 경계에서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홍익대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조각을 공부했으며 경원대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마친 작가의 폭넓은 공부와 체험이 총체적으로 녹아든 전시는 풍부한 볼거리를 담고 있다. 1300도로 구운 얇은 종이판 같은 자기로 만든 건축 모형, 고대 아프리카 흙집 도시 같은 모형, 마시멜로와 고장난 세탁기 부품, 영상 카메라를 장착한 놀이용 기차 등 색다른 재료를 이용해 만든 도시적 이미지, 나무와 비닐로 얼기설기 만든 집, 높이가 4m에 이르는 명상의 공간 같은 하얀 집 등.

현대 도시의 개념을 탐색하는 전시여서 다가서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든 내공과 뚝심, 독특한 상상력으로 펼쳐낸 ‘건축 속의 조형, 조형 속의 건축’을 꼼꼼히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작가 역시 머리보다 감성으로 작품에 다가서길 부탁한다. “메시지나 이유를 담기보다 직관에 따라 작업을 한다. 앞으로도 ‘이것은 뭐다’ 식의 결론이 아니라 상상할 여지를 남기는 작품을 하고 싶다.”

그는 세계 최대 도자벽화인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를 제작하고 2009년 스위스 ‘디자인 바젤’에선 배우 브래드 피트가 도예작품을 구입해 화제가 됐지만 자신을 도예에 한정짓는 시선을 거부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여행가처럼 도예든 가구디자인이든 건축이든 설치작품이든 예술을 도구 삼아 자유롭게 조형적 활동을 펼치는 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3월 2일까지. 02-753-650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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