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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간접체벌 허용]“숨통 트여” “어느 장단 맞추나” 교육현장 혼란

입력 | 2011-01-18 03:00:00


일선 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문화 선진화 방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체벌 전면 금지의 숨통을 터준 건 교사들이 특히 반기는 부분.

하지만 어디까지가 간접 체벌인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서울과 경기 등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교과부 방안에 즉각 반대 입장을 나타내자 교사와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서울 A고 교사는 “교육감이 교육적 목적의 간접 체벌까지 금지해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제는 교과부와 교육청 입장이 달라서 그때그때 물어볼 수도 없고 누구 말을 들으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발 복장 자유화도 마찬가지다. 교과부는 학교별로 정하라고 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전체를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학칙을 만들도록 지시할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내용을 학생인권조례에 담았다.

이에 대해서는 교과부 방안대로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교육 현장에서는 많은 편이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 배명고의 조형래 교장은 “두발 복장 자유화는 학교가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해야지 체벌 금지 때처럼 일방적으로 하는 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학교는 새 학기부터 두발과 복장을 자유화한다. 학생은 파마와 염색을 빼고는 어떤 머리 스타일도 할 수 있다. 머리를 빡빡 밀고 스크래치를 내도 되고, 꼬리 머리를 하거나 무스를 발라도 된다.

복장도 자유화해 학생은 교복 대신 학교에서 판매하는 셔츠, 바지, 후드티, 스포츠형 점퍼, 재킷 등을 골라 입을 수 있다.

B고 교장도 “학생인권 보장 차원에서 ‘심한 두발 복장 규제 금지’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 몰라도 교육청이 교육 현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세밀한 규정까지 제시하면 오히려 교사와 학생 간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C고 교사는 “머리는 무한정 길러도 되고, 파마 염색은 어느 정도까지 안 되는 건지 등 학생의 항의가 심해 머리가 아프다”며 “교육청이 학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실시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혼란은 학생과 학부모도 반기지 않는다. 경기 J고 2학년에 올라가는 S 양(17)은 “지금은 겨울방학이라 괜찮은데 개학을 하면 머리를 어떻게 하고 가야 할지 친구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선생님한테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답변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어느 고교생은 “때리는 체벌은 금지해도 다른 종류의 체벌은 허용해야 한다. 두발도 무조건 자유보다는 어느 정도 길이 이상은 묶고 염색은 금지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학생은 생각하지 않고 교과부와 교육청이 싸움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연초부터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상임 대표는 “교복값이 비싼 게 문제였지 교복을 입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의견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 의견에 교과부가 괜히 끌려갔다”며 “정책적으로만 판단했을 뿐 옷값 부담이나 생활 지도에 따라 학부모가 겪어야 하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논의에서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