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만화를 보다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연하장이 뭔가요?
A : 연하장은 결혼할 때 보내는 초대장이 아닌가요?
사랑초, 장용길 그림제공 포털아트
예전에는 새해가 되면 연하장을 직접 만들어 보내는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밤을 지새우며 한 장 한 장 정성들여 만들고 받는 사람 하나하나를 배려해 그림과 인사말을 각각 다르게 담으니 여간한 정성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정성들여 손수 만든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자나 e메일 혹은 이미지나 동영상을 많은 사람에게 간편하게 발송할 수 있는 요즘과 같은 시대정서로는 그런 행위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시간낭비로 치부될지도 모릅니다.
연하장을 보내는 행위는 사랑의 씨앗을 파종하는 행위입니다. 마음을 나누고 더 깊은 교류의 뿌리를 내리고자 상대방에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하장 발송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는 이기적인 계산과 감정적 경계가 작용하여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상대와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반면 자신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대는 이런저런 자기변명을 만들어 어떻게든 제외시키려 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요?
현명한 사람은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하장을 보냅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 자신을 험담하는 동료, 자신에게 부당한 일을 강요하는 친구 등등, 주변을 돌아보며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감사와 배려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문제시하기보다 상대방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반성할 줄 아는 넉넉한 도량이 만들어낸 여유입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