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에서의 체벌은 20개 주에서 아직도 합법이지만 실질적으로 교실에서 체벌을 경험한 학생의 수는 적은 편이다. 과반의 학생이 체벌을 경험한 우리나라와는 대조된다. 그러면 다루기 어려운 학생을 미국에서는 체벌을 안 쓰고 어떻게 통제할까?
첫 번째 방법은 엄격한 교칙 준수와 선생님의 권한 보호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무교육 중인 학생을 퇴학시킬 수 없는 반면 미국에서는 학교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면 정학과 퇴학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을 밀치거나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정학이나 퇴학이 가능하다.
사실 미국의 많은 도시는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지원하기보다는 청소년 범법자를 감옥에 가둬두는 데에 더 많은 돈을 쓴다. 소수인종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서 흑인남자를 예로 들면 감옥에 있는 수가 대학에 다니는 수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이다. 물론 이 악순환의 시발점은 중고교에서의 자퇴와 퇴학이다.
둘째 방법은 주의가 산만하거나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상담교사에게 의뢰해서 심리검사 및 정신과적 진단을 받도록 추천하는 식이다. 이런 경우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혹은 반항성 도전장애(ODD)라는 진단이 많이 나온다. 정말로 이런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은 이런 과정의 수혜자가 될 수 있지만 문제는 학생을 더 쉽게 통제하고 싶은 유혹 때문에 이런 진단을 남용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로 미국 초중고교 학생의 약 10%라는 믿기지 않는 수가 ADHD 진단을 받았다고 보고되었다. 더욱 충격인 점은 600만 명에 가까운 ADHD 학생 중 60∼70%가 중추신경자극제와 같은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받는다는 통계다.
정확히 진단된 ADHD엔 약물 치료가 핵심적이지만, 만약 ADHD로 오진된 상태에서 중추신경자극제를 아이에게 장기복용시킨다면 불면증이나 불안을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약을 먹는 아이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처방된 중추신경자극제에 중독된 부모나 친구에게 처방된 약을 남용하는 청소년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서 체벌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대안이 미국과 같은 방식 즉 문제학생을 학교에서 쫓아내거나 아니면 정신과적 진단을 남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결과의 심각성에 대해 미리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고 학생을 선도할 수 있는 예방적이고 행동교정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훈 미국 토머스제퍼슨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