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전술 이중성 밝혀내
○ 북한은 변화의 기대를 저버렸다
우선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을 기대했던 전망 기사들은 줄줄이 오보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탈북자나 대북 소식통들을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6월 7일자 등)고 보도했으나 9월 28일 김정은이 노동당 대표자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잘못된 것이었음이 확인됐다.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북한이 개혁 개방을 택할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 기사(7월 5일자 등)도 현재로서는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 탈북자와 북한연구자들의 기대와 달리 북한은 여전히 낡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와 창궐하는 시장경제의 무질서한 동거 속에 대외 고립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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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러코스터 탄 남북관계 전망도 빗나가
올해 하반기에 시작된 북한의 대남 유화정책 국면에서 남북관계의 순항을 점친 기사들도 엇나갔다. 북한이 9월 7일 55대승호와 선원 7명을 남측으로 돌려보내면서 화해의 손짓을 보내자 동아일보는 향후 남북관계 진전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가질 것이라는 전망은 맞았지만 고위급 회담 등 그 이상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진행된 남북 간 물밑 대화의 비밀을 다룬 기사는 상당 부분 추측 기사로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아사히신문과 익명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개성에서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 기사(9월 13일자)다. 원 원장은 국회에서 이 사실을 공식 부인했다.
북한 내부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전한 경우도 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인간 어뢰’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탈북자 증언 기사(3월 29일자)는 2개월 뒤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 잠수정이 ‘진짜 어뢰’를 발사한 사실이 드러나 오보가 됐다. 사건 초기 쏟아지는 미확인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 진실 발굴 위한 노력 멈추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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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2월부터 당국 간 대화가 막힐 때마다 정치권 인사들에게 줄을 대 정상회담을 요구했다는 기사(8월 2일자 등)는 북한 대남 이중전술의 핵심 단면을 드러낸 기사였다. 정부 내 핵심 당국자들이 대북정책을 놓고 강경파와 협상파로 나뉘어 정책대결을 벌인 사실(8월 3일자)도 동아일보에 포착됐다.
1952년 9월 6·25전쟁의 정전협정과 관련해 북한 소련 중국 3국 정상이 나눈 대화 내용(6월 17일)과 1975년 베트남전쟁 종전을 전후해 김일성이 동유럽 외교관들에게 ‘남침은 어렵다’고 토로했다는 기사(7월 3일) 등은 미국 냉전사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옛 북한 외교 문서를 단독 입수해 확인한 사실(史實)이다.
북한 연구를 ‘고고학’에까지 비유하는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북한 보기’ 기법도 제시했다. 북한이 김정일의 사진을 뜻하는 ‘1호 사진’을 노동신문 지면에 쏟아내고(3월 8일) 김정은이 현지지도에 나선 김정일이 듣는 안내원의 설명을 이어폰으로 듣는다(12월 2일)는 기사는 북한이 대외에 공개하는 사진을 통해 북한 권력의 내부를 들여다본 기사였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