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공정사회’ 강조한 8·15이후에도 23곳 중 14곳 정치권출신 임명
동아일보가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감사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8·15 이후 감사를 교체한 곳은 모두 23곳이었다.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선거캠프 출신, 청와대 근무경력자, 보수계열 외곽조직 등을 거친 인사가 차지한 곳이 14곳(60.8%)에 달했다.
○10월 이후 심화된 낙하산
그러나 한국방송광고공사(한나라당 출신) 예금보험공사(청와대 출신) 한국전기안전공사(뉴라이트 전국연합 출신) 등 10월 이후 임명된 감사 13명 가운데 무려 9명(69.2%)이 범여권 인사였다.
▼ G20-연평도발로 정신없을때 ‘낙하산’ 더 심해져 ▼
현재 정부는 임기가 만료된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석탄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4개 기관의 감사 임명을 위한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10월 이후 기류에 적절한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이들 감사직도 대체로 정치권 인사로 채워질 개연성이 높다.
올 8∼12월 물러난 감사 23명은 집권 1년차인 2008년 임명돼 2년 임기를 마쳤다. 물러난 23명 가운데 정치권을 거쳐 온 인사는 16명이다. 올 8월 이후의 낙하산 실태를 그 전과 비교해 보면 조금은 줄었지만 ‘공공기관 감사직의 60∼70%는 낙하산’이란 공식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 청와대 내부 ‘낙하산 불가피론’도
사실 청와대 실무 참모들은 8·15 경축사 발표 후 내부 토론을 통해 ‘아주 오랜 관행’인 낙하산 문제의 해법 모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 정치 현실상 낙하산 관행을 아주 없애는 건 어렵다. 그렇다면 (부당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를 찾아보자”는 ‘낙하산 불가피론’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역대 정권이 예외 없이 해온 관행이고 △대선 때 자기 시간과 돈을 써 가며 기여한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며 △다음 대선에서 ‘외곽 우군’ 확보를 위해서라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청와대 내에도 적지 않다.
물론 공정한 사회를 천명한 이후로는 대놓고 공공기관에 가기가 훨씬 부담스러워졌다는 게 다수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설명이다. 한 사무처 관계자는 “한나라당 출신으로 감사직에 임명된 이들은 국회 지식경제위, 기획재정위, 농림수산식품위에서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한 경력이 많아서 ‘전문성 없다’는 지적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감사직 보수는 삭감 추세
‘공기업 감사’ 낙하산에 여론의 질타가 집중되면서 최근 정치권에서는 민간기업 선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중간 규모 이하의 공공기관 상임감사직은 연봉이 1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며 “공공기관 대신 낙하산이라는 부담스러운 꼬리표를 피할 수 있는 민간기업에 자리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여권 핵심부의 후원을 받은 채 민간기업으로 건너간 사례는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향후 민간기업으로의 낙하산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공기업 감사에게 지급되는 보수가 줄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공공기관 임금체계의 손질을 지시했다. 한국전력 감사직은 2008년 12월 월급여의 20%가 삭감됐다.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공기업 상임감사의 연봉은 2008년부터 줄기 시작해 그해 1.2%, 2009년 19.4% 감소했다. 감사직 평균 연봉은 준정부기관이 1억2600만 원, 공기업은 1억1100만 원 수준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