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지주사, 19개 금융사 팔아야할 판… 현행법으론 소유금지… 당장 연내 8곳 매각해야재계 “정치논리로 개정 지연… 국부 유출 우려”
○ 지주회사 전환이 도리어 발목?
SK, CJ, 두산, 코오롱 등 일부 대기업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자는 차원에서 2007년 이후 잇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해왔다. 하지만 금융사를 보유하고 있던 것이 복병이 됐다. 공정거래법이 일반 대기업이나 금융지주회사와는 달리 지주회사는 금융사를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에 걸려 있는 기업은 현재 12개 지주회사의 19개 금융사다.
○ 정치논리에 발 묶여 발만 동동
기업들은 유독 지주회사에만 금융사 보유를 금지한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해왔다. 학계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해왔다. 정부도 이런 지적에 공감해 2008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경우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사 3개 이상 보유, 또는 금융사 자산 총액의 합이 20조 원 이상인 경우 금융지주회사를 의무적으로 설립하도록 했다. 금융지주회사 산하에 금융사를 둠으로써 사실상 지주회사도 금융사를 가질 수 있게 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기약도 없이 멈춰 섰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2010년 4월에야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였다. 법사위의 일부 야당 의원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개정안이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쳤고, 당초 정부가 7개 항목의 규제를 완화하려다가 2개의 규제만 완화(금융사 및 증손회사 규제 완화)했는데도 정치권이 발목 잡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스폰서 검사 사건, 지방선거 등으로 국회가 파행을 겪은 것을 들어 ‘정치 논리로 인한 법안 심사 지연’이라고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를 장려하면서 역차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