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숭례문 애도의 마음 담아, ‘숭례문 와인’ 만든 佛게즈대표
숭례문을 소재로 한 일명 ‘숭례문 와인’을 만든 프랑스 ‘샤토 가로’의 프랑수아 게즈 대표(왼쪽)가 16일 약혼녀와 함께 서울 숭례문 복원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프랑스 와이너리인 ‘샤토 가로’의 프랑수아 게즈 대표(30)는 16일 서울 숭례문 복원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2007년 한국 여행 때 시티투어 버스를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한다. “‘큰 남쪽 문’이라는 영어 멘트를 들으며 본 숭례문은 웅장하고도 기품 있었어요. 이듬해 숭례문 화재 사고 TV뉴스에서 한국인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이후 숭례문을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그는 프랑스어로 ‘큰 남쪽 문’이란 뜻의 ‘그랑드 포르트 뒤 쉬드’ 와인을 만들었다. 사고 전 숭례문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디자이너 친구에게 라벨 그림을 부탁했다. 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갈비와 불고기에 어울리는 와인 맛을 내고자 메를로 55%, 카베르네 소비뇽 45%의 비율로 포도 품종을 블렌딩했다. 2008년 선보인 일명 ‘숭례문 와인’은 파리의 80여 개 한식당에서 히트를 쳤다. 이 와인을 알게 된 국순당이 게즈 대표를 찾아가 지난달부터 국내에 수입 판매(병당 4만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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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즈 대표는 외가의 가업으로 1806년부터 ‘샤토 가로’ 와인을 만들었던 동명의 와이너리(11ha)에서 ‘숭례문 와인’을 만든다. 변호사 아버지, 회계사 형을 둔 그는 한때 IBM에서 일했지만 와인에 인생을 걸었다. 숭례문 와인 병의 뒷면에는 숭례문의 역사, 한국 음식과의 궁합이 상세히 소개돼 있어 ‘한식 홍보 와인’이라 할 만하다.
그는 “문화재와 와인은 헤리티지(국가, 사회적 유산)라는 점에서 통한다”며 “와인을 마실 때마다 기부가 되는 ‘스마트하고 착한 소비’를 이끌게 돼 흐뭇하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