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 시한 지났는데도 KBOP, 지상파 3사만 고집 ‘몰아주기용 협상’ 의심 불러
내놓기만 하면 당장에 팔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진 상인이 있다. 이걸 사려고 줄 선 사람도 여럿이다. 상황이 이런데 시세를 알아볼 생각도 없이 제일 먼저 찾아온 손님만 붙들고 흥정하다 물건을 팔아버린다면…. 당연히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한 일이다.
케이블 채널의 ‘킬러 콘텐츠’로 불릴 만큼 막강 경쟁력을 갖춘 프로야구 중계권을 파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의 중계권 판매가 이와 비슷한 모양새다. KBOP는 “KBS, MBC, SBS와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 중계권을 계약할 것이다. 계약 기간은 4년이고 계약서에 곧 도장을 찍을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중계권료는 연간 180억 원으로 알려졌다.
KBOP는 8월부터 지상파 3사와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 협상을 시작했다. 올 시즌 지상파 중계권을 가졌던 3사와, 케이블 중계권 대행사였던 에이클라의 기득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 중계권을 따로 팔지 않고 한데 묶어 지상파 3사와 에이클라의 경쟁을 유도했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를 등에 업지 못한 케이블 채널이나 곧 형성될 종합편성채널은 향후 몇 년간 프로야구 중계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KBOP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중계권료를 많이 받아야겠지만 아직은 지상파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