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시각 반영돼” “의원들이 안챙긴것”
“영·유아 예방접종 예산까지 깎아야 했나.”
보건복지부 간부들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위한 양육수당은 물론이고 영·유아 예방접종 예산도 증액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국장은 “여당 의원들이 밀어붙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예산이 복지부 간부들도 모르는 사이 어떻게 삭감될 수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금은 내년도 예산에서 339억 원이 증액됐다가 계수조정 과정에서 빠졌다. 복지부는 예방접종 예산이 양육수당(2743억 원)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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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간부들은 예방접종 지원금 삭감에 대해 복지예산 증액에 부담을 느낀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한 간부는 “지금 복지예산을 증액하면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복지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 재정을 압박할 우려가 있다는 재정부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예결특위에서 예산을 고쳤던 재정부 관계자는 “전체 영·유아의 45%가 보건소에서 무료 접종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이나 저소득층은 충분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챙기기에 급급해 일반 부처의 ‘소소한’ 예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8종 백신은 물론이고 폐구균 등 선택 예방접종도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다”며 “개발도상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접종 예산을 삭감해 놓고 국회, 재정부, 복지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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