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만원 vs 0원, 치매 노모 모시고 싶어도 지원금 때문에…
《 치매 노인을 요양시설에 보내면 매달 100만 원 이상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가족이 직접 부양하면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가족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 부모를 시설에 보내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노인요양시설은 지난해 1642곳으로 2005년부터 해마다 평균 40%씩 증가하고 있다. 오랫동안 가족의 몫이었던 것이 시설 위주의 복지로 대체되고 있다. 시설 위주의 복지는 한편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재원이 많이 들어 복지 확대에 부담이 되는 데다 한국의 가족주의 전통에도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차라리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
○ 치매 중풍 노인은 모두 시설로 가야
집에서 돌보기는 하는데… 박상이 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자택에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함께 퍼즐 게임을 하고 있다. 5년째 시어머니를 부양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딴 박 씨는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가족과 함께하는 것보다 나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가족을 전적으로 책임지던 노인 부양을 사회가 나눈다는 점에서 장기요양제도는 복지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보육비 지원과 마찬가지로 장기요양제도 역시 재가급여보다 시설급여 지원이 많다. 장기요양등급 1등급을 받은 노인의 경우 시설에서 지내면 월 최대 146만7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올 경우 월 최대 114만6000원을 지원받는다. 하루 4시간씩 최대 24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시설에 입소하면 한 달 내내 24시간 서비스를 받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물론 가족이 그냥 돌보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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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같은 동거 가족이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노인을 부양할 경우 현행법은 하루 최대 90분만 인정한다. 본인부담금 15%를 제외하면 보통 40만 원을 지원받는다. 박 씨는 “현재 받는 돈은 약값과 병원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노인 부양가족에 대한 지원이 더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장애인 가구도 시설 입소를 선호한다. 장애인을 돌보려면 가족 중 누군가 생계를 포기해야 한다. 집으로 찾아오는 활동보조인 비용은 보조되지만 돌봄 가족은 역시 아무런 혜택이 없다.
○ 어린이집 보내면 최대 38만 원 vs 집에서 키우면 0원
보육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달 만 0∼2세 영아는 1인당 68만5000원, 만 3∼6세 유아는 81만6000원의 양육비가 든다. 정부는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보육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해 7월부터는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양육수당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육시설을 이용할 때와 안 할 때의 격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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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의 ‘아이돌보미’ 사업은 워킹맘을 위해 아이돌보미를 집으로 파견하는 제도다. 이복실 여성부 청소년정책실장은 “프랑스처럼 조부모나 친척도 아이돌보미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내부 설득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족의 책임을 현금 지원한다는 발상이 아직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 가족 돌봄 기능 되살려야
가족이 양육 및 부양하는 것을 일정 정도 현금 지원할 경우 취업 기회를 잃어버린 저소득 가구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장혜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이 가족을 돌볼 경우 노인은 하루 평균 12시간 50분, 장애아동은 하루 평균 13시간 16분이 소요됐다. 가족이 돌봄 노동에 종사할 경우 사실상 취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현대 사회에서는 자녀 양육, 노인 부양 같은 가족 돌봄을 보조하지 않으면 가족 해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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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