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관두고 이사 해봐도… 쫓아오는 ‘그 악몽’
성범죄자 김길태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돼 부산 기장군 철마면 실로암 공원묘지에 안장된 이모 양(사건 당시 13세)의 납골당 앞에서 9일 공원묘원 직원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납골당 유리에는 조문객들이 남긴 메모지가 가득했다.
○ 8세 소녀는 수술대에만 6차례
9일 오후 서울 모 병원 입원실. 120cm가 조금 넘는 키에 몸무게 27.5kg의 가냘픈 체구. 아직 이가 완전히 자라지 않아 웃을 때 앞니 두 개만 보이는 소녀가 누워 있었다. 소녀에게 병실은 집과 놀이터다. 김수철에게 성폭행 당한 뒤 6개월 넘게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A 양. A 양이 지금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얼마 전 이사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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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박모 씨(38)는 “상처가 너무 아파 딸아이가 밤새도록 울면서 잠도 못 잘 때가 많았어요. 의료진은 회복을 해도 다친 부위는 정상인의 70%가량만 제 기능을 할 거라더군요. 그 짐승을 생각하면 분해서 온몸이 부르르 떨려요”라며 울먹였다. 아버지는 딸을 간호하려고 8월 직장을 그만뒀다. 사건 당시 살던 집도 먼 곳으로 옮겼다. 알려지는 게 싫어 병실의 이름도 가명으로 해뒀다.
김수철은 10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상고는 하지 않았다. A 양의 부모는 올해 7월 학교 운영 및 설치에 책임을 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 “김길태는 잘 먹고 잘 잔다”
김수철에게 성폭행당한 A 양이 병실에서 플레이콘(옥수수 재질의 만들기 장난감)으로 만든 토끼와 소녀 인형들. 천진난만한 8세 소녀의 동심이 엿보인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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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범죄자 처벌은 강화됐지만…
두 사건이 터지자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를 소급해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법(전자발찌법)’ 개정안이 7월부터 시행됐다. 6월에는 어린이 상대 성범죄자에게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받게 하는 ‘성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법(화학적 거세법)’도 통과됐다. 하지만 발찌를 찬 상태에서 9세 남자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전자발찌마저 끊고 달아났던 여만철(40) 사건을 볼 때 전자발찌가 완벽한 감시를 하진 못했다. 화학적 거세법도 인권 침해 논란이 진행 중이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자는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교도소에서 교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 법안만 양산할 게 아니라 형기를 마쳐도 치료하거나 관리하는 통합 관리대책이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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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25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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