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등 해외문학속 변방 인물 벗어나 주역으로 등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씨의 장편 ‘카산드라의 거울’에는 한국인 김예빈이 미래의 재앙을 막는 주역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소설에는 김예빈의 현재(왼쪽부터 세 번째)와 과거(맨 오른쪽) 모습을 나타낸 일러스트레이터 홍작가의그림이 함께 실렸다. 그림 제공 열린책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씨의 장편 ‘카산드라의 거울’은 지난달 말 국내에 출간된 지 2주 만에 20만 부가 팔렸다. 독자들이 특히 관심을 가진 인물은 소설에 등장하는 탈북자 출신 컴퓨터 천재 김예빈이다. “소설 속 캐릭터를 통해 북한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이 신선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김예빈의 활약이 커지면서 매력이 더해진다”는 인터넷 서점의 독자 리뷰가 눈에 띈다. 그만큼 소설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달 국내에 소개된 영국 소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주요 인물도 한국인이다.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의 한국을 시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SF소설이다. 일반인과 같은 지적 상승을 경험한 복제인간 ‘손미∼451’이 대학원생 김범석의 실험 샘플로 보내지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다.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도 구체적이다. ‘길은 월악산 지역을 끼고 동쪽으로 돌아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충주호가 북쪽으로 펼쳐져 있었습니다.…혜주는 고속도로를 타면 두 시간 안에 부산에 닿을 수 있겠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구덩이가 팬 길은 소백산으로 뻗어 있었습니다.’ 작가 데이비드 미첼 씨가 쓴 이 작품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맨부커상(2004년) 최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올여름 나온 미란다 줄라이 씨의 단편집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중 단편 ‘공동 파티오’에서도 주인공의 짝사랑을 받는 주요 캐릭터로 한국인 남성 빈센트 장이 등장한다. ‘한국인은 태권도를 잘한다’는 식의 편견이 적용되지 않은, 섬세하고도 세련된 한국인상이다.
이들 작품 속에 나타나는 한국인상은 외국 소설에서 한국인이 더는 엑스트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의 경우 베르베르 씨의 소설 ‘개미’에 한국인 최지웅이 나오긴 했지만 비중이 크지 않았다.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 씨의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온 한국인 유학생 인수 역시 역할이 미미했다. 한편으로 외국 소설 속 한국인 캐릭터는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만을 강조하는 캐릭터에 머물기도 했다. 할런 코벤의 ‘단 한번의 시선’의 암살자 에릭 우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살인기술을 배운 북한인이고, 리 차일드의 ‘탈주자’에 나오는 세탁소 주인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만 하는 한국인 이민자다.
최근 한국인이 등장하는 외국 소설에서 한국과 한국인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면서도, 낯설고 특이한 대상으로만 인식되지 않고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던져준다는 게 특징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번역한 송은주 씨는 “한국에서 벌어졌던 생명공학의 윤리문제에서 출발해 사회의 계층 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격차를 다뤘다는 점에서 세계의 독자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동영상=베르나르 베르베르, “창의력은 우리 가까운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