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결승전이죠.”
올해 프로축구 K리그는 FC 서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다. K리그 팀들은 또 다른 결승전을 앞두고 최근 분주하다. 올 한 해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최우수선수(MVP)를 놓고 또 다른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번 최우수선수 후보에 오른 선수는 모두 4명.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5개 구단이 뽑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기술위원회를 두 차례 열어 4명으로 압축했다. 후보들의 이번 시즌 개인 기록 및 위클리 베스트11과 맨 오브 더 매치 등의 선정 횟수 등을 토대로 후보 수를 줄이는 작업에도 진통이 있었다. 위원회의 회의 결과 최종 후보에 오른 선수는 서울의 아디(34)와 준우승을 차지한 제주 유나이티드의 김은중(31), 22득점으로 득점왕에 오른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병수(22), 전북 현대의 에닝요(29)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아디. 역대 최우수선수 중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우승팀에서 나왔다는 점이 아디에게 힘을 실어준다. 1999년 수원 삼성이 우승했을 때 부산 대우의 안정환(현 다롄)이 최우수선수가 된 게 유일한 비우승팀 수상이었다. 사실 서울은 최우수선수 후보로 데얀(13골 7도움)이나 정조국(12골 3도움) 등 공격수를 내세울 것이라고 예상됐다. 서울의 관계자는 “2006년부터 다섯 시즌 동안 서울에서 수비수로 성실하게 제 몫을 다했다. 꼭 공격수가 최우수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고 싶었다.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는 부상을 딛고 결승골을 터뜨린 점도 컸다”고 밝혔다.
아디 못지않게 제주를 준우승으로 이끈 김은중도 수상 가능성이 높다. 올해 13골 10도움으로 만년 하위팀 제주를 정규리그 2위로 끌어올린 주역이 김은중이다.
두 구단의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타 구단에서 최우수선수 후보들이 일찌감치 나온 가운데 서울과 제주는 가장 늦은 7일에야 최우수선수 후보를 기술위원회에 전달했다. 최종 후보들이 나오자 양 팀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제주 관계자는 아디가 서울의 후보로 나왔다는 소식에 김은중의 수상 가능성을 가늠해보기도 했다. 서울도 김은중과 아디를 비교하며 아디의 장점을 알리기 분주했다. 우승컵을 놓고 맞붙었던 양 팀은 최우수선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매 시즌 최우수선수를 두고 팀들 간의 신경전이 있었지만 올해는 더욱 뜨거운 것 같다. 수비수와 공격수, 토종과 외국인 선수 등 기록으로만 경쟁을 할 수 없어 시상식에서 발표가 될 때까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아직 올해 K리그는 끝나지 않은 셈이다.
최우수선수는 20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기자단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최우수선수는 최고의 명예와 함께 상금 1000만 원을 받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