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투자 리드… 재도약 준비중
한국투자증권은 8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현지 증권사인 EPS와 합작한 KIS베트남 출범식을 열었다. 유상호 사장은 “앞으로 5년 안에 5등, 10년 안에 1등 증권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쩐반아이 KIS베트남 부의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쩐닥신 호찌민거래소 이사장, 응우옌더안훙 국가증권감독원부위원장,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레꾸옥안 KIS베트남 의장, 오경희 KIS베트남 대표이사, 응우옌흐우남 KIS베트남 부의장. 사진 제공 한국투자증권
하지만 8일 오후 호찌민에서 현지 증권사 EPS 인수식을 가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국민성이 부지런하고 1억 명이 넘는 인구와 풍부한 자연자원 덕분에 발전 가능성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며 “현지 합작사인 KIS베트남이 앞으로 한국투자금융의 제2의 본사로 클 수 있다”고 기대했다.
○ 베트남 증시의 현주소
베트남증시는 내년 법률제도 개정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투자자들이 한 종목을 하루에 한 번 이상 사고팔 수 없고 다계좌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가 있지만 내년에는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곧 파생상품 거래도 시작된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탈출한 경공업, 전자산업 등이 베트남으로 몰려오면서 제조업 기반도 쌓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최근 10년 평균 7.3%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근처에 머무르는 등 주가가 주변 동남아시아국가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만성 무역적자 국가라 외환부족에 시달리고 물가불안도 심하다.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따라 환율과 증시가 출렁이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경제발전과 증시성장은 함께 가지 않는다는 역설이 베트남에도 적용되기에 베트남 증시도 2008년의 출렁거림을 앞으로 몇 번 더 겪어야 할지 알 수 없다.
○ 그래도 기회의 땅
호찌민 시 동코이 거리에서 만난 응우옌럼빈 씨(27)는 주식투자에 대해 묻자 “들어보긴 했지만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기회가 닿으면 해보고는 싶다”고 말했다. 호찌민 시의 여의도라고 할 수 있는 벤쯔엉드엉 거리에 있는 한 증권사 건물 객장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한가로웠다. 이처럼 베트남에서 주식거래는 아직까지 일부 계층에 국한돼 있다. 그나마 글로벌금융위기로 개인투자자금이 달러, 금으로 많이 빠져나갔다. 이런 베트남 주식시장을 이끄는 건 외국인 자금이다. 지난해 12%에서 올해 15%로 늘어난 외국인 자금은 내년에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에는 한국증권을 비롯해 우리투자, 미래에셋, 골든브릿지증권 등이 진출해 있다. 외국계 증권사가 모두 8개 있는데 그중 절반이 한국계로 미래를 기대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단계에 있다.
호찌민=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