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골절 의심때 잘못 만지면 영구손상 위험”
목뼈 골절은 방치하면 자칫 온몸 마비 증세를 겪을 수 있다. 사고 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거나 △처음에 없던 통증이 생기거나 감각이 둔해지거나 △팔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새로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사진 제공 한림대의료원
김석우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최근 교통사고, 격렬한 스포츠 등으로 경추 골절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면서 “나이 어린 소아에게도 나타나며 고령의 환자는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 목뼈 골절의 발병률 및 추이
미국에선 매년 6000명의 사망자와 5000명의 사지마비 환자가 목뼈 골절로 인해 발생한다. 목뼈엔 총 7개 뼈가 있는데 이 중 2번째 뼈가 잘 골절되고 그 다음이 6번째, 7번째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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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최근엔 환자의 골절 부위와 신경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첨단 검사 장비들을 대학병원이 운영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의 경우엔 3.0테슬라의 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3차원 이미지를 구성해 골절과 신경 손상을 파악하고 있다.
목뼈 골절은 고령인 경우 더 위험하다. 환자의 나이가 65세 이상이면 젊은 사람과 비슷한 골절을 입어도 신경 손상 등의 위험성이 두 배 이상 높다. 노인의 경우 사망률도 24%에 달한다.
○ 사고 후 통증과 팔다리의 저림 있으면 의심
사고 뒤 목 자세가 한쪽으로 틀어져 있다거나, 한쪽 방향으로만 잘 움직이고 반대쪽으로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면 목뼈 골절을 의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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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사고 직후 경추 골절로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하면 목의 자세를 원래 상태 그대로 유지시키고, 섣불리 목을 바른 자세로 맞추거나 교정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자칫하면 신경 손상을 악화시켜 영구마비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목뼈의 경우 치료가 12∼24시간 이상 지연되면 신경 손상의 위험이 더욱 커지므로 최대한 빨리 목뼈 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을 선택하기 전에 척추센터와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모든 관련 과들이 참여하는지와 척추 손상환자가 응급실을 내원했을 때 최단 시간 내에 치료하는 ‘응급 척추외상 표준진료지침’을 따로 마련해 운영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집도의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술기가 중요
목뼈 골절의 경우, 수술해도 뼈가 잘 붙지 않을 수 있다. 너무 가는 뼈에 혈관 분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수술 시 신경 손상으로 마비가 올 수 있고, 감염, 혈관 손상, 식도와 기도 손상, 폐렴 등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여러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풍부한 지식과 극도의 전문성을 갖춘 집도의를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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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된 부분을 경추 몸통에 안전하게 붙이는 게 수술의 관건. 수술방법은 목 앞쪽에서 가는 나사못이나 금속판을 이용하여 골절된 뼈를 고정하거나 목 뒤쪽에서 나사못이나 나사강선으로 고정시킨다.
목 뒤쪽에 수술할 경우엔 목 뒤 부위의 광범위한 조직을 개방해 수술하기 때문에 조직 손상이 크고 수술 후에도 고정으로 인한 움직임에 제한이 있을 뿐 아니라 염증이나 출혈, 신경 손상 등의 위험이 따른다.
반면, 목 앞쪽에서 가는 나사못이나 금속판을 이용해 고정하는 경우 직접적으로 골절 부위와 신경 손상 부위를 확인하면서 수술할 수 있고 골절부의 안정성을 조기에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뼈의 바깥에서는 척추 동맥이 지나가고 안쪽으로는 뇌와 연결된 척추신경이 있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수술이 요구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