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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협회 경인지부 직원 녹음파일 들어보니

입력 | 2010-12-04 03:00:00

“여기 10만원 빼면 340(만원)이요? 저금통 2050갠데 370 어때요”
전년도 금액과 비슷하게 조절… 환아 있는 학교에선 적게 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경인지부 직원들의 횡령 사실은 동아일보가 내부 감사보고서와 함께 확보한 녹음파일로도 확인된다. 22분 분량의 녹음파일에는 당시 지부 사무국장 A 씨를 비롯한 4명의 직원이 함께 돈을 횡령하며 주고받은 적나라한 대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 파일은 횡령이 반복되는 것에 뒤늦게 죄책감을 느낀 내부자가 현장에서 만들어 제3자를 거쳐 동아일보에 전달됐다.

○ 서류상 모금액은 빼돌린 뒤 결정

횡령에 가담한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동전을 빼돌렸다. 서류상 최종 모금액은 돈을 빼돌리고 난 뒤에 결정됐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한 직원은 “여기 10만 원 뺀 걸로 하면 340이요? 20만 원 빼면? 여기는 저금통이 2050개 나갔으니 370으로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때요”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그 학교, 5층이라 죽을 뻔했다고요. 1100개 들고 오느라고”라고 말을 이었다. 대화를 시작했던 직원은 “오케이. 대형(저금통)은 거기 10만 원 플러스 시키고 거기서 10만 원 빼는 걸로…차에 실을 때 칠판에 있는 거 다 지워버려. 내려가서 깨끗이 지우라고. 그럼 완전히 종결되는 거지”라며 말을 맺었다.

○ 적정 모금 액수를 맞추기도

횡령한 직원들은 한 학교에서 많은 돈을 빼돌리면 범행이 탄로날까 봐 학교별로 적정한 모금액수를 맞추는 치밀함을 보였다. 해당 학교에 소아암, 백혈병 환자가 많이 있다면 모금액이 많아야 정상인 만큼 돈을 적게 뺐다.

이 대목이 녹음파일에 등장한다.

“이거는 환아 있어서 많이 될 거란 말이에요.”

“여긴 얼마 뺐죠?”

“여긴 20만 원, 16만 원.”

전년도 모금액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빼돌리는 금액을 스스로 ‘조절’했다. 대형 저금통을 지급한 곳보다는 손바닥보다 작은 소형 저금통을 대량 지급한 학교에서 주로 돈을 가로챘다. 녹음파일에는 “더 빼도 될 것 같아요. 소형이라 모르니까”라는 말이 나왔다. 성금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모금액수가 적은 학교의 성금은 주목받을 것을 우려해 손을 대지 않았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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