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라토카르타논 종합학교에 가게 됐는데 ‘나머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학교 소개를 담당한 시크루 사가스 선생님은 “핀란드 학교에서는 거의 매주 학생들에게 쪽지 시험을 보도록 해 선생님들이 스스로 얼마나 ‘잘 가르치고 있는지’ 점검한다”며 “교사들이 모든 학생을 다 잘 가르칠 수는 없다.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지 않은가. 그런 학생들은 방과 후에 전문 교사가 일대일로 추가 지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전문 교사만 방과후 수업을 책임지는 건 아니다. 사가스 선생님은 “학생이 ‘나는 꼭 우리 선생님하고 공부할래요’ 하는데 그걸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학생들은 자기가 모르는 걸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학교에 남아 원하는 선생님한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침 일찍 공부하고 싶으니 ‘출근 좀 일찍 해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도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건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 복지’라고 믿기 때문이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국제교류 담당 레이코 라우카넨 씨는 “어릴 때 교육에 투자해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성인이 됐을 때 생활비 등을 지급하는 것보다 예산이 훨씬 적게 든다”고 말했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알려주자는 것이다.
물론 문제풀이가 학교 교육의 중심이 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교육적 가치’를 무시한 노력만으로 7.2%이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3.7%로 줄어드는 동안 전교조는 무엇을 한 걸까. 전수 조사 이전에 7.2%의 학력 부진 학생에 대해 학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한 걸까.
논평을 읽는 동안 사가스 선생님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학생들 모두가 가정교육을 잘 받고, 지적 이해력도 뛰어나다면 교사의 일은 훨씬 쉬울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교사 일이 훨씬 중요하다.”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