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가 세계 각국의 미국 공관이 국무부와 주고받은 25만 건의 전문 가운데 일부를 공개하면서 세계 외교가가 충격에 빠졌다. 모두가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 이탈리아의 프랑코 프라티니 외교장관은 이번 사태를 세계 외교가의 ‘9·11테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세계 최고 정보망과 보안시스템을 갖춘 미국의 외교안보 문서가 한순간에, 그것도 통째로 유출돼 세계 각국의 외교 파트너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아이러니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스웨덴의 체포영장에 근거해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를 성추행 혐의로 체포하라는 ‘적색경보’를 회원국에 내렸다. 오바마 행정부는 위키리크스가 미국 국익과 외교활동을 침해했다며 설립자인 어산지와 조직에 간첩법을 적용하는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미국 국무부는 정보의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교 전문 데이터베이스와 군 내부전산망의 연계를 잠정 중단했다. 프랑스 정부도 전문 발송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외교안보문서가 디지털화하면서 비슷한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각국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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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