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고가 분수공원
학창 시절 다리 밑 추억은 어찌나 얄궂은지 모르겠다. 어둡고 습한 이 공간에 들어서면 나타나는 스프링 튀어나온 해진 소파. 그 위에 소위 ‘싸움 짱’이라 불리는 ‘형님’들이 주먹을 쥐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무서운 형님들이 거주했던 우범지대. 그중 유명한 곳이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밑이었다. 그러나 28일 오후 이곳에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으레 형님들이 있어야 할 그곳에서는 안개분수가 물을 뿜고 있었다. 주변에는 회양목, 눈주목 등 나무들이 들어섰다. 형님들도, 습기도, 어두컴컴한 분위기도 모두 사라졌다. 서울시내 고가도로 밑 유휴공간은 그렇게 새롭게 변하고 있었다.
○ 습기 찬 공간에 형님 대신 ‘분수’가
구로철교 노리단 사무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용도는 ‘시민 녹지공원’. 대표적인 지역이 서소문 고가차도다. 올해 8월 말 미근동 쪽 안개분수 공원(서대문구 관할)과 반대편 쪽 중구 순화동 하부에 안개분수 공원(중구 관할)이 동시에 생겼다. 관할 지역은 다르지만 두 장소 모두 안개분수, 상록수, 물결무늬 바닥 석재벽 등 분위기는 비슷하다.
애초 이 공간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던 노숙인들을 막기 위한 곳으로 설계됐다. 노숙인들이 들어와 잠을 잘 수 없게 바닥재는 물결무늬 석재벽을 울퉁불퉁하게 해놓은 것. 그러나 주변 미관을 고려해 분수를 세우고 나무도 심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어서 나무는 꽃이 피지 않는 상록수, 소나무 등을 심어야 했다”며 “안개분수는 나무에 물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다리 밑 미술전까지
강서고가 배드민턴장. 사진제공 중구, 강서구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