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모든 것의 미래/데이비드 오렐 지음·이한음 옮김/540쪽·2만5000원·리더스북날씨-건강-경제는 첨단과학으로도 예측 불가능한 ‘살아있는 시스템’
과학으로 날씨, 건강, 경제 등을 예측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 예측은 여전히 유용하다. 위험을 인지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 인류의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물에 잠긴 미국 뉴올리언스 시. 동아일보 자료 사진
“1572년 11월 11일 덴마크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는 밤하늘에서 갑작스럽게 새로 탄생한 별, 즉 초신성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이 초신성이 전염병의 출현을 알리는 징조라고 생각했으며, 얼마 후 실제로 유럽에 전염병이 돌았다.”
성공한 예측이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여기에 솔깃할 독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점성술이라니…. 16세기 사람들에게는 별과 전염병 사이에 일대일 대응관계가 있었지만 현재 우리의 상식은 별과 전염병 사이에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예측의 주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예언가였던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서 신탁을 탈취하여 예언의 신이 된 아폴론, 아폴론의 마법화살을 얻었다는 피타고라스와 그가 신봉한 수(數)의 예측체계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코페르니쿠스와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이 같은 천문학의 아버지들과 뉴턴의 역학으로 변했다. 예측의 주체가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무기는 기계적 결정론이었다. 떨어뜨린 돌의 낙하하는 속도와 시간을 계산하고, 같은 원리로 지구 궤도에 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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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00여 년 전인 1900년께 지금의 인터넷 거래와 같은 형태의 거래를 내다봤다. 역시 케인스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미래 예측은 점성술과 달리 신뢰할 수 있을까. 1960년대 미래학자들이 옳았다면 독자는 지금 아마도 지구궤도의 우주정거장에서 개인용 로봇에게 발톱 손질을 받으면서 우주 공간을 향한 유리창에 뿌려지는 이 글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래 예측은 과학의 부수적인 활동이 아니라 과학이 추구해야 할 주요 대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수없이 많겠지만 결국 날씨, 건강, 부(富)로 귀결되며 이 셋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그래서 한국어판 제목이 ‘거의 모든 것의 미래’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가져온 경제적 충격은 9·11테러보다 훨씬 컸으며, 산업혁명의 결과로 급격히 높아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기후변화와 산업, 질병의 발생과 전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과학이 날씨, 건강, 부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왜 최고의 과학자들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도 거의 틀릴까.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왜 그리도 자주 어긋날까. 인간유전체계획이 완수되어 인간의 모든 유전물질의 목록을 작성한 지 오래되었지만 왜 아직도 유전형질과 유전병은 예측되고 통제되지 않을까. 전 세계의 수많은 경제전문가가 미국 경제를 주시하고 있지만 왜 아침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 동향에 귀를 기울여야만 할까. 장기적인 예측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날씨 예보가 잘 맞지 않는 것은 대기의 카오스적인 불안정성 때문이라고 한다. 또 인간유전체계획이 끝나자 수십 개의 생명공학기업이 인간의 장래 건강을 예언할 수 있는 DNA 검사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치료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이 변동하는 까닭은 무작위적인 외부충격의 결과일 뿐이며, 시장은 ‘개별 주식의 미래 시장가치를 예측하려 애쓰는, 적극적으로 경쟁하는 수많은 합리적인 이익극대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합리적인 법칙으로 통제된다고 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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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 ‘달력과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