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硏, 광물자원 개발협력 맺고 현지 직접 탐사
《“김 박사, 이것 좀 봐. 금이 맞지?” 우즈베키스탄 중심에 위치한 나보이에서 북쪽으로 200여 km 떨어진 구즉타우 산맥 서부의 악토스티 광구. 올해 7월 한낮의 온도는 52도까지 올라갔다. 보이는 건 오로지 잿빛 잡초와 돌산. 지세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자연) 국내·북한자원연구실장이 김인준 책임연구원을 부르며 돌멩이 하나를 건넨다. 박성원 책임연구원도 다가와 돌멩이를 받아든다. 검게 그을린 50대 노장 박사들의 얼굴에 살짝 웃음기가 돈다. 꼬박 5년 만의 결실이다. 여기에 금맥이 있겠구나. 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금을 확보하려는 ‘신 골드러시’가 일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적인’ 금광 발굴 작업에 나섰다.》
한국의 ‘노다지’ 전남 해남군 모이산 인근의 금 광체(鑛體). 흰색은 석영이다. 지세정 실장은 “주로 석영에서 많은 금이 나온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세정 실장
“2005년 우즈베키스탄과 광물 자원 개발에 협력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어요. 그래도 그뿐이죠. 광물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 절대 안 가르쳐 줍니다. 4년간 우즈베키스탄의 어느 지역에 금맥이 있는지 정보를 수집했어요. 지도도 직접 그렸습니다.”
지 실장을 포함한 ‘삼총사’는 5월 1차 예비조사를 다녀왔다. 땅속을 들여다보기 전 지표의 암석부터 조사하기 위해서다. 7월에는 도랑을 팔 위치를 정하고 왔다. 트렌치 탐사라고 불리는 작업이다. 트렌치 탐사는 수백 m 깊이에서 코어를 시추하기 전 금이 얼마나 묻혀 있는지 가늠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지 실장은 “2km에 이르는 구간을 사람을 사서 두 달 동안 곡괭이로 팠다”고 말했다. 도랑의 깊이는 제각각이다. 금이 섞인 암석이 처음 발견될 때까지 파야 한다. 깊은 곳은 어른 가슴 높이쯤 된다. 지 실장은 “9월 악토스티 광구에서 2km에 이르는 전 구간을 2m 간격으로 나눠 시료 506개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자연과 우즈베키스탄 국가지질위원회 산하 분석시험소, 캐나다 분석시험소에서 시료들에 금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금광 발굴팀은 우즈베키스탄 악토스티 광구에서 2㎞ 길이로 도랑을 파 시료 506개를 얻었다. 2m 구간마다 길이를 재고 암석의 종류를 기록해야 정확한 지질도를 얻을 수 있다. 앞에서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세정 실장, 김인준 박성원 책임연구원. 사진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 실장팀은 전남 해남군 일원에서도 금맥을 찾고 있다. 해남군 모이산 광산은 국내 금 생산량의 95%를 토해내는 한국의 ‘노다지’다. 지 실장팀은 이 인근에서 새로운 금광을 찾고 있다. 지 실장은 “해남군에는 도자기 원료인 고령토를 캐내는 광산이 많은데, 고령토 형성 환경이 금 생성 환경과 비슷해 금이 묻혀 있을 확률이 높다”며 “9월 지하 250m 깊이에서 시추공 2개를 시추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이 있다는 ‘확증’만 나오면 내년에는 기업이 이 지역을 30∼50m 간격으로 정밀 시추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전=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 화제의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