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올림픽에서나 반짝 관심을 받다 대회가 끝나면 바로 ‘한데볼’ 선수로 돌아가는 그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건 이기적이었다.
‘아시아의 맹주’ 한국 여자 핸드볼이 아시아경기 6연패에 실패했다.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이어온 무적 신화는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한국은 25일 광궁 체육관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일본에 28-29로 졌다. 일본은 이전까지 한국의 적수가 아니었다. 1972년 뮌헨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고 한국은 상대 전적에서도 30승 1무 5패로 앞서 있었다. 이날도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국은 5-5로 맞선 전반 12분부터 6분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나카무라 가오리(6득점)를 시작으로 5골을 연속해 성공시키며 10-5로 달아났다. 후반 초반 8점 차까지 뒤졌던 한국은 21-27로 뒤진 후반 22분부터 문필희의 3득점 등 연속 4골을 넣으며 25-27까지 따라붙었고 경기 종료 2분을 남겨 놓고 이은비의 골로 27-28을 만들었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이재영 감독은 “어제 연습할 때만 해도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았는데 처음부터 경기가 안 풀려 그런지 선수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자만한 것은 아니지만 실수가 많았고 슈팅은 난조였다”며 “가슴이 아프고 책임을 통감하지만 여자 핸드볼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