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경계 잇단 실패 - 해명 오락가락… MB, 金국방 신뢰 접어
참혹한 현장 둘러보는 金국방 김태영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군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연평도의 민가를 둘러보면서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평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날 오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한 긴급 안보·경제점검회의를 마친 이 대통령은 다른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작금의 안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 관리할지에 골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에서도 군의 ‘초동 대응’에 대한 문제가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 진위 논란과 맞물려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안보 리더십’ 자체의 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을 더는 좌시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다. 보수층을 비롯한 일반 국민의 악화된 여론을 전환하고 군의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이 대통령은 최고통수권자로서 군의 잘잘못을 일일이 따질 수는 없었지만 우리 군의 사전 경계태세 및 북한의 도발 후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도발 직후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별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지하벙커)에서 군 지휘부와의 화상회의를 통해 군사작전과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으며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몇 배로 응징하라” 등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군은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는 보고만 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확전 자제’ 발언의 진위 논란에 대해 “북한의 공격을 받은 직후 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대응을 하고 나중에 이 대통령이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수순으로 가는 게 상식적인데, 마치 대통령이 확전 자제를 지시해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처럼 비쳤다”고 말했다.
이번 전격적인 경질의 근원은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안보태세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고 결국 김 장관은 5월 1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통령은 심사숙고 끝에 군 수뇌부에 대해 한 번 더 ‘만회’의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이번 북한 도발에서 군 수뇌부는 이 대통령의 기대를 여지없이 저버렸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전투뿐만 아니라 ‘경계’에서도 실패한 군에 대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김 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답변 내용이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한 것도 이번 경질의 배경이다. 김 장관은 “13분 만에 대응하는 건 훈련 잘 받은 부대만 할 수 있다”거나 “스타크래프트를 보면 바로 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는 바로 사격하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군을 변호했다.
또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의 진위를 놓고 민감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인데도 김 장관은 마치 이 대통령으로부터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첫 지시를 받은 것처럼 답변을 했다가 나중에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해 혼선을 부추겼다. 김 장관은 앞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관련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문제를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기에 처음에는 연평도에 배치된 6문의 K-9 자주포 중 4문을 통해 80발을 발사했다고 했다가 1차 대응 사격 때는 3문만 작동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군에 대한 국민 신뢰는 급전직하했다. 천안함 사건 당시 군의 잦은 말바꾸기로 국민의 신뢰가 추락했던 일이 재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방장관 경질에 이어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군 지휘부의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26일 후임 국방장관을 내정하고 교전규칙 개선과 서해5도 전력 증강에 주력할 예정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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