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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보다 섹시한 리포터가 대세가 된 까닭은?

입력 | 2010-11-25 15:41:21

●MBC 아시안게임 리포터 원자현의 노출 의상 논란
●시청률 경쟁이 낳은 지상파 스포츠 프로의 선정성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낳은 인터넷 스타들 중에 MBC 원자현 리포터(26)가 있다.

원자현 리포터는 아시아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허벅지가 드러나고 몸에 꼭 붙는 분홍빛 초미니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덕분에 11월18일에는 '원자현 노출'이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원자현 리포터의 미니홈피에서 찾아낸 비키니 사진까지 돌려보며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의 적절한 옷차림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선정성이 지나쳐 민망하다"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 땄다는 소식보다 리포터 몸매 보는 것에 관심이 먼저 갔다"는 부정적인 반응에 "방송인에게는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데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큰 죄인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옹호론이 강하게 맞섰다.

원자현 리포터는 노출이 심한 옷으로 구설에 오르자 해명 인터뷰에서 "이번 의상은 사전에 제작진과 논의했고 논란이 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민망하셨다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MBC 스포츠 매거진 리포터들 복장


■ 조금씩 더 야해지는 방송국 리포터들…왜?

스포츠 프로그램 미녀 리포터들의 '상업적' 옷차림은 방송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케이블TV가 처음 시도했다. 당초 남성 프로야구 해설자들이 주도하던 지상파 스포츠 프로그램에 맞서 20대 미녀 리포터들을 내세운 케이블채널이 도전장을 내민 것.

반응은 확실했다. 스포츠에 관심 없을 것 같은 여성리포터들이 어려운 야구용어를 줄줄 꿰며 능수능란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야구 스타들과의 인터뷰도 무리없이 소화해내자 순식간에 미녀 리포터들이 프로야구판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이후 지상파 심야 스포츠방송사에까지 이들 미녀 리포터는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스포츠프로는 남자들이 주로 보기 때문에 미녀 진행자를 내세워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도 미녀 리포터가 프로스포츠 스타를 현장에서 인터뷰 하는 것이 보편화 됐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논란은 이들 미녀 스포츠 리포터와 아나운서들의 의상으로 번져갔다. 민영 방송사인 SBS의 경우 올해 밴쿠버 겨울 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 당시 스포츠 관련 심야 프로에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옷차림의 아나운서를 집중 투입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논란이 된 MBC 원자현 아나운서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리포트 장면


이에 질세라 MBC도 올 초부터 '스포츠 매거진'이나 '야구 읽어주는 남자' 같은 스포츠 프로들에 노출이 심한 옷차림의 리포터를 내보내 한동안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공중파에 등장하는 리포터들의 복장이 케이블보다 더 야했던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여타 프로그램으로 확산됐는데 심지어 날씨를 전하는 기상 리포터들까지도 전문성과 무관하게 몸매를 그대로 노출하는 복장으로 인기를 얻을 정도다.

이 같이 공중파에서도 섹시 컨셉트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남성 시청자들은 "시대가 변했다"는 옹호론을 내세운다. 팬클럽까지 조직된 아나운서나 리포터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초미니를 입은 미녀 리포터가 날씨정보를 전달하거나 젊은 남자 선수를 인터뷰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 한순간에 통제가 불가능해질 수 있는 섹시 리포터

SBS 스포츠 프로그램 아나운서 의상도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심야프로그램도 아닌,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도를 넘은 야한 의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이영주 미디어문화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방송사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그럼에도 지상파에는 엄중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여성의 몸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와 미녀 리포터의 결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론에 이 연구원은 "특별한 투자 없이 가장 손쉽게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여성의 섹시함을 활용하는 방법"이라며 "때문에 공중파까지 노출 경쟁에 나설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방송계가 저질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노출 경쟁을 벌이는 여성 진행자들을 이탈리아 상업 프로그램의 '벨리나(velina·쇼걸)'와 비교하기도 한다. 조희제 문화평론가는 "상업방송이 득세한 이탈리아에서는 벨리나라고 불리는 미모의 젊은 여성들이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양념처럼 등장해 섹시한 매력을 뽐낸다"고 전했다.

상업방송이 득세한 이탈리아에서서 정착된 벨리나(velina) 이탈리아어로 '미모의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이들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양념처럼 등장한다. 인기도 상당해 많은 젊은 여성들의 벨리나가 되기를 꿈꾼다.

원자현 아나운서는 노출의상 논란으로 스타반열에 올랐다


미국의 타임지는 "선정성과 여성의 상품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벨리나는 워낙 광범위한 인기를 누려 이탈리아 방송에서 파스타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할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10년전 처음 등장했을 당시의 벨리나는 뉴스프로그램에서 단순하게 앵커에게 새로 들어온 속보를 전달하는 엑스트라 역할이었다는 사실. 그런데 시청자들의 눈길이 뉴스가 아닌 벨리나로 쏠리면서 이탈리아 방송계는 순식간에 벨리나 열풍에 휩싸였다. 이제는 벨리나 선발대회까지 열릴뿐더러 물론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등장할 정도다.

물론 아직 한국의 스포츠 프로그램의 미녀 리포터들을 벨리나와 비교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실제 몇몇 리포터들의 노출 의상이 논란이 일자 지상파들은 곧장 이들의 치마길이를 늘려 또 한번 누리꾼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는 아직은 시청자들과 언론의 견제가 공중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드라마에서 금기시 되던 키스 씬이 이제는 안방극장을 장악한 것처럼, 섹시 리포터도 조금씩 심리적 한계를 무너뜨리고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는 게 방송계의 관측이다. 과연 그 한계를 어디까지 정하고 어떻게 통제하게 될까. 이 또한 방송계의 숙제로 남겨질 전망이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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