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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10種 10色’ 햅쌀 막걸리… 술잔 나눌 벗이 그리워라

입력 | 2010-11-26 03:00:00

■ 8인의 소믈리에 ‘막걸리 누보’ 시음해 보니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보졸레 누보가 발매된 18일, 한국에서는 햅쌀로 만든 ‘막걸리 누보’가 선보였다.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막걸리바 ‘청담1막’에서 8명의 소믈리에들이 햅쌀 막걸리 10종을 시음했다. 소믈리에들은 “햅쌀 막걸리의 맛과 향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평했다. 왼쪽부터 안준환, 황지미, 김협, 고재윤, 이상훈, 우제규, 최윤진, 이제훈 소믈리에.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프리미엄 막걸리바 ‘청담1막’에 정장 차림의 소믈리에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를 비롯한 8명의 소믈리에들은 대부분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국내 정상급 소믈리에들이다.

이들 앞에 각자 10개씩 모두 80개의 와인잔이 놓였다. 잔마다 우윳빛의 막걸리가 채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소믈리에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한 잔씩 조심스럽게 음미하며 앞에 놓인 평가표를 채워나갔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날을 즈음해 시중에 나온 햅쌀 막걸리를 시음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다.

매년 11월 세 번째 목요일(셋째 주 목요일이 아니다)은 프랑스 보졸레 지역의 ‘햇와인’인 보졸레 누보가 출시되는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같은 날 출시되는 이 와인은 신선함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유명세를 탔다. 국내 막걸리 업계도 이를 벤치마킹해 최근 이 즈음에 맞춰 햅쌀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햅쌀 막걸리는 ‘막걸리 누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아일보 주말 섹션 마이 위크엔드팀은 올해 나온 햅쌀 막걸리의 수준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가늠해보기로 했다. 술의 맛과 향을 평가하는 전문가인 소믈리에들이 햅쌀 막걸리를 항목별로 평가하고 평점을 매기는 방식을 택했다.

고 교수와 JW메리어트호텔의 김협 소믈리에, 리츠칼튼호텔의 안준환 소믈리에, 밀레니엄서울 힐튼의 우제규, 이상훈 소믈리에, 워커힐호텔의 이제훈 소믈리에, 경희대 와인소믈리에학과 석사과정 최윤진 소믈리에, 노보텔강남 황지미 소믈리에가 평가에 참여했다.

○ 어떤 막걸리, 어떻게 평가했나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막걸리를 주조하는 양조 회사는 모두 512개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 주최로 18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막걸리 엑스포’의 ‘햅쌀 막걸리 프로젝트’에 햅쌀 막걸리를 출품한 업체만도 54개나 된다.

전수 평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생산량과 지명도가 높은 막걸리를 중심으로 시음 대상 막걸리를 선정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팔리는 막걸리를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로부터 추천받았고 막걸리바 등 주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막걸리를 베니건스가 운영하는 ‘청담1막’에서 추천받았다.

국순당 ‘햅쌀로 빚은 2010 첫술’, 대강양조 ‘소백산 햅쌀 누보 막걸리’, 배다리술도가 ‘배다리 생막걸리’,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막걸리’, 신평양조장 ‘하얀연꽃 백련막걸리’, 우리술 ‘톡 쏘는 막걸리’, 이동주조 ‘철원 오대쌀 막걸리’, 조술당 ‘포천막걸리’, 참살이L&F ‘참살이탁주’, 한주양조 ‘안성맞춤 길벗 막걸리’(양조회사 이름은 가나다순) 등 10종의 막걸리가 시음, 평가 대상이 됐다.

주로 전국적으로 또는 수도권 중심으로 유통되는 막걸리들이다. 유효기간이 짧은 막걸리의 특성을 감안해 지명도가 있는 막걸리라도 시음회장(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만 주로 판매되는 막걸리는 시음 대상에서 제외했다. 시음회장까지의 냉장 운송이 쉽지 않아 맛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막걸리는 신선한 상태를 유지한 채 시음 전 30분 이상 같은 냉장고에 보관해 온도를 균일하게 맞췄다. 시음과 평가는 막걸리 병의 레이블을 가린 상태에서 잔에 따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믈리에 각자가 색, 향, 맛, 여운, 균형감, 산도, 밀도, 청량감(신선도), 대중성, 총체적 평가 등 10개 항목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총점을 합산해 순위를 정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디자인=김원중 기자 paran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