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휴가 짐 싸 놓은 徐병장… 입대 4개월도 안된 文이병
고 서정우 병장의 미니홈피
하지만 해병은 배를 타지 못했다. 서정우 병장(21)이 22일 미니홈피에 휴가에 대한 기대를 써놓은 글은 영영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 23일 휴가를 나올 예정이었던 해병대 연평부대 박격포병 서 병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단국대 법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9년 입대한 서 병장은 전역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있었다. 서 병장의 미니홈피에 가 보면 사회생활 복귀를 앞두고 그가 기대와 설렘에 차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두 달간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글 8건을 썼는가 하면, 사진첩에는 처음 군 복무 중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서 병장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문에 휴가가 연기됐다. 이때 미뤄진 휴가를 23일 가기로 한 듯 서 병장은 사고 하루 전인 22일에는 “내일 날씨 안 좋다던데 배 꼭 뜨길 기도한다”고 썼다.
서 병장의 어머니 김오복 씨(50·광주 남구 진월동·교사)는 23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병대에서 근무하던 아들이 전사한 것 같으 확인해 달라’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했다고 직장 동료들이 전했다. 김 씨는 남편 서래일 씨(51)와 함께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급히 올라왔다.
서 병장의 비보를 접한 지인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서 병장과 11개월간 같은 중대에서 생활했다는 정규진 씨(21)는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충격에 빠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서 병장보다 세 기수 위인 해병대 1085기로 불과 열흘 전 전역했다는 정 씨는 “서 병장은 소극적인 성격을 고친다며 누구보다 먼저 작업에 나서고, 짬을 내서 턱걸이 운동을 하는 등 부대생활을 성실히 했던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서 병장의 선임이라는 이현재 씨(20)는 동아일보와 통화를 하다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씨는 서 병장의 미니홈피에 “정우야 정말 미안하다…너랑 같이 공중전화 앞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담배 한 대 피우던 게 생각난다”고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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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전사 문광욱 이병 ▼
고 문광욱 이병 해병대 홈페이지 사진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전사한 해병대 문광욱 이병(19)의 아버지 문영조 씨(48)는 이날 오후 6시경 기자와의 통화 도중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전북 군산시에 살고 있는 문 씨는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막연한 걱정이 들었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문 씨는 부대로부터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는 “사지가 벌벌 떨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건설회사 현장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문 씨는 “지난주 일요일에도 광욱이가 집에 전화를 해서 엄마에게 스킨로션 등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가다니…”라며 흐느꼈다.
문 이병은 2남 1녀 중 차남으로 군산에 있는 군장대 신재생에너지계열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휴학하고 올해 8월 자원입대했다. 입대 4개월도 안 돼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다. 그는 입대 전 체력을 키우기 위해 헬스클럽에 다닐 정도로 해병대 생활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했다. 문 씨는 “광욱이가 해병대에 입대하고 싶어 해 말리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한없는 슬픔을 드러냈다. 문 씨는 “너무나 착하고 사랑하던 아들이었다”며 “입대 후에도 광욱이 생각에 휴대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보관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문 씨는 “사령부로부터 데리러 온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말을 끝으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문 이병의 여동생 주미 양(13·중 1년)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던 오빠였다”며 “지난주 일요일 집에 전화해 잘 있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울먹였다. 문 이병은 3일 전인 20일에는 친구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아 군대 오지 마, 한반도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는 글을 올렸다.
아버지 문 씨가 해병대 홈페이지에서 보여준 아들을 향한 애틋한 정도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렸다. 문 씨는 9월 7일과 19일, 10월 5일 각각 해병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문 이병과 동기들의 사진에 “울(우리) 아들 든든하고 멋지다. 멋진 해병이 되기까지 화이팅…”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한편 문 이병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는 누리꾼들이 문 이병의 명복을 비는 내용을 담은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누리꾼 박현규 씨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부가 고인이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그 어떠한 대처라도 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최인혜 씨는 “전쟁 없는 하늘나라에서 부디 행복하게 사세요”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군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동영상=연평면사무소에 포탄 떨어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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