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조직'을 강조하던 삼성이 전격적으로 19일 그룹 조직 복원을 선언하면서 연말 인사철을 앞둔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삼성의 조직 개편 바람이 다른 대기업들의 연말 인사에도 이어져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 태풍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업마다 세대교체, 최고경영자(CEO) 인사, 계열사 분할 등 복잡한 현안을 안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주마가편(走馬加鞭)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경제 위기를 딛고 선전했지만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3세 경영 체제를 다지고, 외국 경쟁사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다.
과거 7년이었던 상무에서 전무로의 승진 연한을 6년으로 1년 줄이는 것은 이미 확정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다만 각 직급의 체류 연한을 의도적으로 줄여 한꺼번에 승진을 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승진했고,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한 만큼 올해 인사 폭은 예년 수준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CEO와 주요 임원에 대해서는 평소 수시 인사를 하는 그룹 분위기 탓도 있다.
세간에는 현대건설 인수 실패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 내부 분위기를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며 "품질 개선과 연구개발 강화에 초점을 둔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기아차 국내영업 부문과 현대차 해외영업 부문에 대한 보상 인사도 점쳐진다.
●전화위복(轉禍爲福)
SK는 최대 계열사인 SK에너지가 내년 초 분할을 앞두고 있다. 회사 이름을 SK이노베이션으로 바꾼 뒤 이를 모회사로 남기고 정유와 석유화학 분야를 자회사로 독립시키기 때문에 각 분야를 책임질 임원 인사가 뒤따를 예정이다. 자회사의 업무 분장과 독립성 정도에 따라 임직원 인사 규모가 좌우될 전망이다.
●권토중래(捲土重來)
현대건설 인수를 준비하는 현대그룹과 박삼구 회장이 복귀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해당 변수를 고려한 맞춤형 조직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최종 인수가 확정된 이후 조직 개편을 실시할 전망이다. 조직 개편은 대북 사업 차질로 인해 줄어들 대로 줄어든 현대아산과 현대건설이 어떤 방식으로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