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댄스를 추는 역도 선수박승근 지음·푸르메
이영호 씨는 타고난 체격에 운동신경이 좋아 어릴 때부터 역도를 했다. 중학교 때 한국기록을 깼다. 주위의 기대도 높았다.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20대 초반. 집으로 돌아와 보니 문은 잠겨 있고 열쇠는 없었다. 벽을 타고 올라 6층 집의 베란다로 들어가다 그만 발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대수술을 거쳤지만 하반신이 마비됐다. 절망의 그림자만 그를 기다리는 듯했다.
희망의 빛은 우연히 TV에서 찾아왔다. 휠체어 댄스를 본 순간 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힘든 재활 중에도 그는 정열적인 춤에 빠져들었다.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돼 쓰러졌고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로 힘든 날도 있었지만 그는 춤추다 죽어도 좋다며 춤에 매달렸다. 그는 지금 휠체어 댄스 국가대표 선수다.
복진영 씨는 두 개의 산을 오른다. 평일에는 ‘도시의 산’을, 주말에는 진짜 산을 오른다. 그는 원래 전문 산악인이었다. 1990년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했다. 하지만 정상에서 체류시간이 길어졌고 하산 길도 순탄치 않았다. 심한 동상으로 1년 뒤 발가락 열 개를 잘랐다. 몸이 회복되자 생계가 걱정이었다. 밥벌이 때문에 산과 떨어져 살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빌딩 외벽 청소를 맡았다. 남들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도시의 산을 마음껏 탈 수 있는 직업이 그는 더없이 행복하다. 그는 “꽉 막힌 실내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한 공기의 맛이 그만”이라고 말한다.
부산에는 치료를 끝내고 병원을 나설 때 돈이 없다고 해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 곳이 있다. 오히려 치료는 충분히 받았는지 묻고, 주의해야 할 것을 꼼꼼히 점검해 준다. 마리아 수녀회가 운영하는 구호병원이다.
1970년 한 미국인 신부의 의지로 문을 연 이 병원은 자원봉사자가 없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다른 병원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돈 때문에, 혹은 지나친 사명감 때문에 의료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고 병원 스스로 당당하고 싶어서다. 물론 의료의 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은 이주노동자들이 병원을 자주 찾는다. 미혼모도 병원의 따뜻한 품에 안겨 아이를 낳는다. 이런저런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병원 운영은 늘 아슬아슬하지만 후원이 끊겨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병원 사람들은 생각한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나도 늘 아들의 그늘이 돼 주고 싶다는 자폐증 수영선수 김진호 씨의 어머니 유현경 씨, 제2연평해전에서 크게 다쳤지만 공무원으로 선박 운항 안전을 위해 일하는 예비역 중사 김현 씨, 누군가의 희생을 막기 위해 훈련 또 훈련하는 경찰특공대원 등이 책에 소개된 다른 영웅들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