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올해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북한의 기습공격에 대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해 줬다. 그러나 우리 군의 각종 허위보고와 경계 작전 소홀 및 기강 해이에 대해서는 분노를 표시하는 국민이 많았다. 국방부는 최원일 함장 등 지휘관 4명을 군 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지만 최근 형사 처벌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군의 사기와 단결을 위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보면 언제든지 북한이 도발하면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군기(軍紀)는 엉망이고 전투력도 형편없는 군대를 흔히 ‘당나라 군대’라고 부른다. 천안함 폭침 사건 때 육군참모총장 출신의 이진삼 국회의원(자유선진당)은 우리 군의 기강 해이를 질타하면서 “이대로 가면 군이 옛날 당나라 군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최악의 조건에서도 신출귀몰한 전술 전략으로 ‘23전 23승’의 불패 신화를 이뤄냈다. 지금 같은 해군이라면 충무공의 후예라는 말을 꺼낼 자격조차 없는 것 아닌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