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과잉 복지가 부른 국가재앙
이 영화의 제작자는 명배우 톰 행크스다. 아내 덕에 그리스 문화에 이해가 깊은 그는 이 작품 외에도 ‘맘마미아’ ‘나의 로맨틱 가이드’ 등 그리스 3부작을 만들었다. 툴라의 아버지는 그리스가 민주주의, 철학, 천문학의 발상지라며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영화는 미국적 개인주의 가치에 대한 가족 중심 가치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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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는 직종에 따라 다양한 연금기금이 있다. 155개에 이르는 연금기금이 2008년 13개로 통폐합됐지만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연금이 고갈되면 정부가 국고로 메워주고 국고가 비면 이웃나라에서 빌려다 미봉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인다. 연금과 건강보험이 하나로 통합돼 있어 한쪽이 부실해지면 다른 쪽도 바로 영향을 받는다. 그리스 최대의 민간연금기관인 IKA 관계자는 “우리 연금제도를 절대 따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더 큰 문제는 부실 규모가 정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1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7%라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6.0%(6월), 12.5%(10월)라는 보도가 나오자 그리스 정부는 마지못해 시인했다. 금년 4월 EU통계청은 14.6%라고 발표했고 결국 EU가 밝혀낸 최종 적자액은 GDP의 15.4%였다. 그리스 정부는 달러 및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면서 채무를 부채로 처리하지 않는 회계조작을 통해 부실규모를 숨기다 EU에 발각됐다. 회계의 불투명성이 대외 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국가 경쟁력 갉아먹는 친족연고주의
그리스는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부패가 극심하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의 임금이 민간부문보다 높고 근로조건도 훨씬 좋다. 놀랍게도 공공부문의 채용방식은 공채가 아닌 특채다. 어느 공직이 비게 되면 연줄이 닿는 공무원이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를 채용하는 식이다. 자기들끼리 일자리를 나눠 갖고 연금까지 독식하는 시스템에 중독돼 있다.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에서는 가족주의적 가치가 자랑이었지만 그리스 공공부문의 네포티즘(친족연고주의)은 국가 경쟁력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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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