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돈풀기’ 발표 이후 글로벌 시장 움직임
3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6000억 달러(약 664조 원)어치의 국채 매입을 발표한 이후 주요국의 주가는 뛰기 시작했다. 아직 시중에 달러가 풀리지도 않았지만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 뉴욕증시는 4일 다우지수가 전날보다 219.71포인트(1.96%) 오른 데 이어 5일에도 9.24포인트(0.08%) 상승해 11,444.08로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는 달러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돼 지난달 6일 1,900 선을 2년 10개월 만에 돌파한 이후 최근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미국에서 빠져나온 달러가 세계 시장에 투입되고 있다”며 “특히 기초체력이 뒷받침되는 신흥국 시장에 달러가 대거 유입돼 해당 국가의 자산시장에 거품을 끼게 만들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달러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외채에 부과금을 매기는 ‘은행부과금’ 제도, 지난해 5월 외국인의 채권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준 것을 폐지하는 방안 등 각종 외화 유동성을 조절할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나친 달러 유입을 막아 제2의 외환위기를 미리 막기 위해서다.
올해 달러 유동성이 한국 경제를 밀어 올리면서 예상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 확실시되자 내년 경제성장률 저하와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 내외로 봤지만 기저(基底)효과로 인해 5%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 5%를 가정해 짠 예산안과 각종 재정정책이 흐트러지고 정책 운영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