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김치우, 주전서 밀려후반 출격…1위확정 결승포“챔피언결정전 꼭 뛰고 싶다”이달 상무입대 연기 요청도
FC서울 김치우.
김치우(27·사진)가 시도한 회심의 한 방이 10년 만의 K리그 정규리그 1위를 노리던 FC서울의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대전의 2010 쏘나타 K리그 30라운드 최종전.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42분 낮게 깔린 김치우의 오른발 슛이 대전의 골 망을 꿰뚫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극복하고 서울이 정규리그 자력 1위와 함께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순간이었다.
이날 김치우는 벤치 스타트를 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 빙가다 감독의 출전 지시가 떨어진 것은 1-0으로 앞선 후반 16분. 이승렬과 교체 투입된 김치우는 왼쪽 측면을 담당했으나 먼저 아픔을 맛봤다. 정확히 6분 뒤 대전 박주현의 동점 골이 터진 것이다.
“처음 왼발로 시도한 슛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불발됐다”던 김치우는 “ 골로 연결된 오른발 슛도 주위 상황을 판단할 새 없이 그냥 찼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들어 유독 어려운 시간을 보냈기에 의미는 더했다.
왼쪽 풀백과 왼 측면 날개를 두루 소화하면서 한때 ‘허정무호 황태자’로도 불리던 김치우는 작년 중순 갑작스레 찾아온 스포츠헤르니아(탈장) 후유증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자연히 소속 팀 주전 경쟁에도 밀렸고, 2010남아공월드컵 엔트리에도 탈락했다. 올 시즌 후반기에도 거의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인터뷰 말미에 덧붙인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는 한 마디에는 그간의 심경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김치우에게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 상무에 군 복무 신청을 한 탓에 29일 입대 예정이지만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서울 구단은 최근 김치우의 입대를 일주일 가량 미뤄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다.
김치우는 “아직 확정된 게 없고,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선수로서 꼭 챔프전에 뛰고 군 입대를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